‘천조국(天朝國)’이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명나라를 가리킬 때 사용됐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 황제를 ‘하늘의 아들’ 천자로 불렀다. 이 표현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지칭하는 수식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경제와 국방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강국임을 다소 비꼬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국방비가 1000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천조국(千兆國)’으로 더 많이 쓰인다.실제로 미국 국방비는 2011년 1000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9010억달러(약 1334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국방비의 4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중국과의 격차는 3배 이상이다. 올해 한국 국방 예산(약 61조원)의 20배가 넘고, 전체 예산(약 677조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우주 역량 등 첨단 기술 개발에 20%가량이 투입된다. 군 전력 강화와 현대화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전투기의 절반, 항공모함의 3분의 2가 미군 소유다.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는 국방비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국방비를 대폭 늘린 중국도 GDP 대비 1.6%에 그치고 있으며, 한국 역시 2.3%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우방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진 EU는 올해 전년 대비 11.7% 급증한 사상 최대 국방비를 지출했으며,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도 2035년까지 GDP의 3.5%까지 방위비를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상태다.
국방비 증액은 우리에게도 부담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방산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기회이기도 하다. 전차, 자주포, 경전투기, 군함 등의 수출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해군력 증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올해 군함 건조에 예산 335억달러(약 50조원)를 배정했고 내년에는 이를 474억달러로 대폭 증액했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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