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방은 병력이나 무기 수량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활용하는 인공지능(AI)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랜드 월드런 오라클 클라우드인프라스트럭처(OCI) 소버린클라우드부문 부사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전은 데이터 전쟁이며, AI는 그 데이터를 무기로 전환하는 엔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월드런 부사장은 오라클 합류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보로 재직하며 국가 안보 시스템과 정보 인프라를 총괄한 ‘전략통’이다.그는 “AI는 단순히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아니라 국방 그 자체로 진화했다”며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군대일수록 미래 국방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방산업계에선 현대전의 핵심이 전장과 지휘부 사이의 데이터 단절을 없애는 것이라고 보는 추세다. 드론, 위성, 레이더, 센서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돼 전술 판단과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런 부사장은 “전투 속도는 보병의 이동 속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처리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다”며 “AI 없이는 국방 우위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라클이 미래 국방에서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 주권 기반 AI’다. 국방 데이터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이기 때문에 어디에 저장되고 누가 접근하는지가 곧 국가 안보 문제로 직결된다. 오라클은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에어갭’ 환경, 국가별 소버린 클라우드, 동일한 코드 기반의 글로벌 표준 클라우드를 모두 제공한다. 미 전쟁부, 영국·호주 정부, 싱가포르 기밀 클라우드 워크로드에 오라클이 채택된 배경이다.
오라클은 지난 6월 ‘오라클 디펜스 에코시스템’을 출범시키며 방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이 시스템은 정부와 방산 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협력체다. 참여 기관과 기업은 오라클 클라우드와 AI 솔루션을 기반으로 새로운 안보 과제를 발굴하고 실전 배치 가능한 기술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 월드런 부사장은 “기존 대형 방산업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데이터 분석·보안·양자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들이 국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묶어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통 방산 기업과의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같은 기존 방산 기업은 물론 팰런티어와의 협업으로 데이터 분석·운영 플랫폼을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월드런 부사장은 “미래 국은 단일 기업이 감당할 수 없으며, 데이터와 AI를 중심으로 한 개방형 생태계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오라클의 핵심 전략 시장이다. 오라클은 일본과 아·태 전역에 12개의 클라우드 리전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도 두 개 리전을 두고 있다. 각국의 데이터 주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오라클 앨로이’ 모델을 통해 현지 기업이나 기관이 직접 소버린 클라우드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일본에서는 후지쯔가 이 모델을 활용해 소버린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월드런 부사장은 한국을 ‘혁신과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중요한 동맹국’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무기를 직접 생산할 뿐 아니라 실제 전장 상황을 고려해 혁신을 실현할 역동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아직 한국 기업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오라클의 국방 프로그램이 한국 산업계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 방위 기술 기업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월드런 부사장은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혁신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이 바라보는 국방 AI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국방 AI 시장은 지난해 132억달러에서 2032년 355억달러로 연평균 14%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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