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올해 10월까지 음식점 734곳이 문을 닫았다. 역대 최다다. 역사적 엔화 약세에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어려운 곳이 고깃집이다. 10월까지 도산한 야키니쿠 가게는 46곳으로 역시 사상 최대다. 9월 수입 소고기 가격은 5년 만에 80%가량 뛰었다. 초·중·고등학교 급식에서마저 소고기가 사라질 정도다.엔저는 국력의 근간인 인재 확보, 과학기술 발전, 국방력 강화에도 타격을 줬다. 도쿄의 정보기술(IT) 엔지니어 평균 연봉은 달러로 환산했을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도쿄과학대는 해외에서 들여온 슈퍼컴퓨터 리스료가 30% 급등해 운영이 어려워졌고, 방위성은 스텔스 전투기 F-35A 구입 예산을 계획보다 20% 올려 잡았다.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다 엔고까지 겹친 일본이 선택한 건 무제한 돈을 풀겠다는 아베 신조였다. 2012년 다시 정권을 잡은 아베는 2013년 ‘이차원(異次元·차원이 다른) 완화’를 내걸고 일본은행을 통해 ‘바주카포 머니’를 쐈다. 엔화값이 떨어지며 기업 실적이 개선됐고 닛케이지수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정상 궤도에서 너무 오래 벗어난 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 일본의 금융 완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2022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며 미·일 금리 차이가 벌어지자 ‘슈퍼 엔저’ 시대가 열렸다. 엔화값이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지며 수입 물가가 폭등하자 졸지에 가난해진 일본인 사이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일본이 불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총 15조엔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올해만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올렸다. 미·일 금리 차이는 3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좁혀졌지만 엔저는 멈추지 않고 있다. 미·일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 엔고로 이어진다는 정설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도 원화 약세에 대응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기업을 불러 모아 달러를 원화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증권사엔 해외 투자를 종용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내년 노란봉투법을 시행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며 기업과 투자자를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가운데서다.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펀더멘털이다. 구조 개혁 대신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던 일본은 오랜 기간 고통에 시달렸다. 엔저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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