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등 자산 가치 급등과 원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증시에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근로소득만으론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극대화하면서다. 삼성전자와 카카오, 테슬라 등 ‘국민주’를 사들여 버티던 2020년 동학개미는 시장 변동성을 이용해 거침없이 단타하는 ‘스마트 트레이더’로 변신했다. 국내 증시(국장) 대신 미국 증시(미장)를 선택하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20대를 제외한 30~60대 모두 “투자 수익금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식 투자금 1억원을 굴리는 공무원 윤모씨(41)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시장을 예측할 지식도, 확신도 없지만 주식 투자는 경제가 불안정한 시대에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소위 ‘몸테크’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부 이모씨(29)는 가계 자산 90%를 주식으로 굴린다. 신혼 전세자금이다. 그 대신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월세를 산다. 이씨는 “생후 100일 된 자녀를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술연구소 연구원 심모씨(39)는 차트 분석을 통해 정규장 마감 때 종목을 매수하고 다음날 오전 10시 전에 매도하는 초단타 전략을 쓴다. 올해 수익률은 70%에 달한다. 심씨는 “변동성을 견디기 어려워 선택한 방법”이라며 “하루 수익률 2~3%를 목표로 5000만원을 굴리고 있다”고 했다.
장기 투자에 대한 피로감은 5년 전보다 커졌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이 급증한 환경의 영향이다. 2020년 당시 투자한 종목에 비자발적으로 장기 투자해야 했던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개인투자자 중에선 미국 주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무원 최모씨(29)는 포트폴리오를 100% 미국 주식으로 채웠다. 학원을 운영하는 박모씨(34)는 “미국 증시에 1억5000만원을 넣고 한국 증시에는 200만원만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시작된 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적이 없는 만큼 크게 잃은 경험이 없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주식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선 단타만 한다”는 이가 많았다. 게임 회사에 다니는 심모씨(33)는 “카카오와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미국 증시에 비해 악재는 더 많이 반영하고 호재는 덜 반영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심성미/류은혁/맹진규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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