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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 왜 이래요?"…헬스장 등록하러 갔다가 '깜짝' [이슈+]

입력 2025-12-23 19:38   수정 2025-12-23 21:18


비만치료 주사제의 국내 도입이 연말·연초 헬스장의 대표적 성수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까지 도입되면서 이른바 '약으로 빼는 다이어트'가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현장에서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온라인에는 "헬스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슬쩍 여쭤봤더니 마운자로·위고비가 대중화되면서 헬스장에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지역 커뮤니티 카페 회원은 "내 친구도 마운자로로 살을 쫙 빼서 놀랐다"며 "운동해서 살 빼는 게 너무 힘드니 다들 주사 맞고 살 빼는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도 "헬스장 하시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예전엔 새해만 되면 등록 문의가 폭발했다는데 최근엔 약물 치료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운동 회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확실히 줄긴 줄었다" vs "타격은 없다"…현장 체감은 엇갈려

다만 이런 변화가 곧바로 헬스장 이용 감소로 이어졌는지를 두고는 업계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비만치료 주사제 확산을 둘러싼 현장 체감은 지역과 업종, 고객 구성에 따라 온도 차가 뚜렷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여성전용 헬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체감상 회원 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경기 불황에 다이어트 주사 같은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여러 악재가 겹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장 직원 B씨도 "연말·연초 특수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모든 원인을 주사 때문으로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의 여성전용 PT샵 트레이너 C씨는 "다이어트가 목적이더라도 식욕 조절이 어렵다고 느껴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대중화됐다는 건 체감하지만 매출이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C씨는 "식이 조절이 되면 체중 감량 속도는 빨라지지만, 근손실이 오면 오히려 살이 더 잘 찌는 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운동을 꾸준히 한다"며 약물이 운동의 대체재라기보다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헬스장 매니저 D씨는 "매출에 큰 타격은 없다"고 했고, 인근 헬스장 직원 E씨 역시 "눈에 띄는 매출 변화는 없다. 다이어트 주사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외에도 건강 관리나 근력 증진을 목적으로 헬스장을 찾는 회원층이 두터운 곳일수록 충격이 덜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주사 한 방'이 흔든 PT 시장…불만의 초점은 '가격'

이처럼 헬스장 이용 감소 여부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지만, 논쟁의 초점은 점차 운동이냐 주사냐에서 PT 가격과 시장 구조에 대한 지적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비만치료 주사제 확산이 헬스장 업계에 직격탄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소비자 불만은 상당 부분 "주사는 상대적으로 싸고 PT는 너무 비싸다"는 인식으로 모인다.

온라인에서도 "마운자로는 효과가 빠르다 보니 혹할 수밖에 없다", "요즘 실제로 등록 문의가 예전만 못하다고 들었다", "PT 비용이 너무 비싸고 좋은 트레이너 만나기도 힘들다. 차라리 주사가 낫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불만은 점점 구체화된다. "PT는 1회에 저렴해도 4~5만원, 비싸면 10만원을 넘는다. 나 같아도 PT 받을 바엔 위고비를 선택하겠다", "경기 불황에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건 당연한데 PT는 너무 비싸고 약은 효과가 확실하니까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PT 3개월에 100만~120만원을 내느니 한 달 30만~40만원 수준의 주사와 식단 조절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이어트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비용 대비 효과와 위험, 지속 가능성까지 따지는 보다 현실적인 선택의 문제로 옮겨가면서 헬스장과 PT 시장은 이제 가격과 구조, 그리고 운동의 의미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 '주사약으로 빼는 다이어트' 확산…허가 기준·부작용 우려도

비만치료 주사제는 지난해 국내에 도입되며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두 약물 모두 원래는 당뇨·비만 환자용 주사제로, 식약처 허가 기준은 BMI 27 이상(비만 관련 합병증 동반) 또는 BMI 30 이상 성인으로 제한돼 있다.

부작용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국내 출시 한 달 만에 이상 사례 35건이 보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육통(6건), 설사·주사 부위 출혈·우발적 과소 투여(각 4건) 등이 보고됐고, 저혈당 쇼크 등 중대한 이상 사례도 포함됐다.

위고비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3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한 달 평균 24건으로, 처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부작용 보고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약품 이상 사례 보고에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돼 있어, 모두 해당 약물의 부작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 "쉽게 살은 빠져도 근손실 위험"…전문가가 말하는 운동의 역할
전문가들은 비만치료 주사제가 식욕 감소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체중 감량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근육 유지와 생활습관이라고 강조한다.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사에 의존해 체중을 줄일 경우 10kg을 감량했을 때 체지방과 함께 제지방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며 "근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운동이 필수적이다. 체중을 빼는 목적이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인지, 몸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체중 감량은 몸이 비정상 상태로 인식해 주사를 중단하면 식욕이 급격히 올라가고 대사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사에만 의존할 경우 요요가 심하게 올 수 있다. 좋은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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