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구상은 빗나갔다. 미 해군에 맞게 설계를 변경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력 부족과 공급망 붕괴가 겹쳤기 때문이다. 1번함 인도가 3년 넘게 지연되자 미 해군은 지난달 말 핀칸티에리와 맺은 호위함 계약 규모를 20척에서 2척으로 줄이고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미국 호위함은 작전 범위와 쓰임새 측면에서 한국의 구축함에 가깝지만, 한화는 충분히 건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칸티에리가 만들고 있는 차세대 프리깃함은 배수량 7300t에 길이가 151m에 이르는 대형함이다. 작전 범위도 연안을 지키는 대구급 호위함과 달리 중국 해군을 타깃으로 대양에서 활동한다.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는 등 공격 범위도 상대적으로 넓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5500t급)이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7000t 이상)과 비슷한 스펙인데, 한화오션은 그동안 이런 규모의 함정을 3척 건조했다. 세계 최정상급인 한화오션의 설계능력과 건조 기술, 인력 등을 필리조선소에 이식하면 핀칸티에리를 능가하는 파트너가 될 것으로 미국 정부가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조선업체 가운데 호위함과 구축함을 모두 건조해 본 회사는 거의 없다”며 “그동안 건조한 대형 함정 3척 모두 납기를 맞췄다는 점도 미국이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블록 정도만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만든 뒤 향후 함정 건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함정을 만들려면 미국 정부의 조선소 시설 보안 인증(DCSA)과 미 해군·미사일·레이더 관련 통제구역 설정, 사이버 보안 인증 등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핀칸티에리 수주를 취소하면서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을 헌팅턴잉걸스에 맡긴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헌팅턴잉걸스는 미 해안경비대가 운용 중인 경비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고, 이 경비함 설계를 일부 변경해 호위함을 만든다는 게 미국의 구상이다. 첫 호위함 배치가 2028년으로 예정된 만큼 한화필리조선소가 블록 등의 공급에 나설 경우 조기 납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오션은 전날 종가보다 12.49% 오른 12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함정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화필리조선소를 앞세워 ‘마스가’(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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