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7일 아침 8시 18분,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해 현관문이 열리자 깜짝 놀랐다는 119 구급대원. 지저분한 집 안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고, 안방에는 1인용 소파에 기댄 환자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전신이 대변으로 오염돼 있는 상태였고, 수만 마리의 구더기가 전신에 다 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 당시 출동 구급대원
여성의 배와 등, 엉덩이와 팔다리 등 신체 전반에 조직이 썩어드는 괴사가 진행된 충격적인 상황. 부패한 상처에는 수많은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환자의 몸과 이불에는 대변이 묻어 있었다고 한다. 힘겹게 숨을 내뱉던 여성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른바 '파주 부사관 아내 사망 사건'을 두고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단순 유기치사를 넘어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가학적 학대를 동반한 이른바 '러스트 머더(쾌락형 살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최근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파주 부사관 아내 사망 사건을 분석하며 "단순한 유기를 넘어 심각한 학대이자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발견 당시 하반신 마비 상태에서 괴사가 진행돼 살이 녹아내렸고, 온몸이 구더기와 대소변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상태를 두고 남편이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100%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현장 사진을 보면 피해자가 의자에 반쯤 누운 상태에서 허벅지 뒤와 종아리 살이 완전히 붙어 있었다"며 "온몸에 대변이 묻어 있었는데, 피해자가 스스로 그런 상태가 될 수는 없다. 의자에 꼼짝 못 하도록 한 채 학대당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맨눈으로 봐도 구더기가 움직이고 부패물이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이를 몰랐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며 "남편이 죽어가는 아내의 몸을 통제하며 일종의 가학적 학대를 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이송된 다음 날 패혈증으로 끝내 사망한 아내는 최소 3개월 이상 괴사가 진행돼, 구더기가 살을 파고들어도 제대로 거동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어쩌다 이런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걸까.
119 신고자이자, 결혼 10년 차 동갑내기 남편이자 육군 부사관인 A씨는 중유기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아내가 욕창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데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것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A씨가 주장한 아내의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피해자를 가스라이팅 해 만들어낸 병명일 수 있다"며 "실제로는 다른 이유로 의자에 묶어두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사망 직전 남편이 사용한 수돗물 양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당시 한 달 동안 사용된 수돗물은 약 40t으로, 1인 가구 평균 사용량의 4배 수준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남편이 무언가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더 이상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해 119에 신고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집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 살인이 되지만,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면 우리나라 수사 관행상 살인 적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남편에 대한 정밀한 심리 검사와 프로파일링 수사가 꼭 필요하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혐의가 단순 유기치사나 방치에 의한 살인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 명백한 학대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를 밝혀내지 못하면 유족들의 억울함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당초 A씨를 중유기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으나 최근 살인 혐의를 적용해 다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집에서 출퇴근하는 등 생활하면서도 아내의 몸이 썩어들어 가고 악취가 진동하는 3개월 동안 몰랐다고 주장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편이 평소 비염이 있고 평소 아내가 탈취제와 방향제를 많이 사용해서 악취를 몰랐다고 하는데 인정되기는 힘들다"라며 "이웃들이 복도까지 악취가 났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그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있었는데 산책도 자주 시켰다고 한다"면서 "숨진 아내 흉부 CT 촬영을 해 봤더니 오른쪽 1번부터 6번까지 갈비뼈에 다발성 골절이 확인됐다. 가장 위쪽에 있는 1, 2번 갈비뼈는 심폐소생술로 골절이 잘 안되기 때문에 강한 외력에 의한 거 아니냐, 즉 폭행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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