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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에코디자인 규제 강화…제도·지원체계 동시 작동해야"

입력 2026-01-03 06:00  

[한경ESG] 여성 리더 ?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유럽발(發) 순환경제 규제가 제품 설계 단계로 확장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변화의 최전선에는 20여 년간 환경·산업·정책의 교차 지점을 지나온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가 있다. 국내에서 드물게 환경규제와 산업 전략을 동시에 다뤄온 전문가다.

그는 최근 에코디자인(Ecodesign) 규정을 놓고 유럽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에코디자인 규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재활용이 잘되게 설계하면 좋다’는 권고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강력한 규제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여 년 전 국내 산업계에 에코디자인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제도 설계 원칙’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유럽 에코디자인 규정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해 국내 산업과 정책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은 법이 먼저 통과되고 세부 규정은 뒤늦게 정해지는 구조인 만큼 한국도 유럽의 의사결정 과정에 밀착해 기준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코디자인 규정은 전기·전자, 섬유, 타이어,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세부 기준이 단계적으로 공개되는 구조인 만큼 기업들은 준비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유럽 시장에서는 재활용이 어렵거나 자원순환을 방해하는 구조를 지닌 제품은 사실상 수출에 제한을 받는다”며 “제품 소재 선택 하나가 시장 접근성을 결정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자원순환을 방해하는 포장, 부품, 접착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시장에 진입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섬유 산업을 가장 민감한 분야로 꼽는다. 우선 적용 대상인 데다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같은 규정이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후 단계에서 아무리 재활용하려 해도 설계가 나쁘면 해결되지 않는다”며 “접착제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복합 재질로 분리배출이 어려운 구조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섬유 분야는 정부 규제인지, 글로벌 기업 요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민간이 먼저 움직이는 영역이라며 수출하는 중소 협력사일수록 요구를 더 먼저 받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에코디자인 대응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 기업이 유럽 기준을 맞추더라도 부품·소재·포장까지 공급망 전체가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 대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며 “협력사들이 함께 올라오려면 국내에도 제도와 지원체계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컨설팅 지원, 기술개발 지원, 표준 정비 등 정책 패키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수행한 연구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유럽이 무엇을 왜 하는지부터 산업계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제도 도입의 이유와 구조를 선제적으로 정리해 국내 정책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현장형 컨설팅’에서 경쟁력을 쌓다

이 대표는 2014년 국내 환경 컨설팅 1세대 기업 에코프론티어에서 컨설팅 본부를 분사해 에코앤파트너스를 출범했다. 그가 말하는 에코앤파트너스의 강점은 ‘현장형 컨설팅’이다. 이 대표는 초창기부터 사업장을 직접 돌며 통합 환경 허가, 환경책임보험 리스크 서베이 등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현장을 알아야 환경경영도, 환경전략도 가능하다”는 기조를 세웠다.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는 시기는 2018년부터 참여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활동이다. 그는 녹색산업 육성 분야 전문가로 참여해 녹색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현장의 어려움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정책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녹색금융 관련 규제가 거의 없었지만,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해 국가계획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며 “딱 한 줄이라도 넣기 위해 애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환경 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육성 산업으로 보는 전략 연구를 수행하며 밸류체인 관점에서 단계별 지원체계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ESG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으로 거버넌스를 꼽는다. 그는 “누가 끌고 가느냐,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 하느냐 같은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내부 갈등이 먼저 생긴다”며 “ESG 전략과 경영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스코프 3 공시, 공급망 실사 규제 등으로 관리 범위가 밸류체인 전체로 확장되면서 방대한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라고 덧붙였다.

에코앤파트너스는 전략 컨설팅과 함께 실행을 위한 IT 기반을 제공하며, 최근에는 전과정평가(LCA) 규제 강화로 기업 내부 시스템 구축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이 대표가 주력하는 또 다른 축은 녹색기술 투자다. 그는 “단기 수익보다 기술 혁신성과 히스토리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몽골, 콜롬비아 등에서 진행해온 개도국 프로젝트를 넘어 현지 법인 형태의 ‘에코앤파트너스 글로벌’ 구상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조직을 이끌면서 속도보다 ‘방향과 공존’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는 “컨설팅 조직이다 보니 성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지만, 보상체계만큼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한다”며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 사원에게도 “빠르게 가는 사람을 시기하지 말고, 느리게 가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을 꼭 전한다고 한다. “이 말이 조직의 문화가 되면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고,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이 대표는 ESG와 탄소중립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선도적으로 나서면 칭찬보다 트집이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며 “20년 전 ‘시장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받은 에코디자인이 이제는 ‘시장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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