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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관련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현물 금값이 24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500달러를 돌파했다. 은도 온스당 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금과 팔라듐, 구리도 잇따라 사상 최고 가격을 넘어섰다.
이 날 런던 시장에서 현물 금가격은 전날 보다 0.2% 오른 4,495.39달러를 기록했다. 장초반에는 한 때 4,52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선물 금가격은 전날 이미 4,500달러를 웃돌았다. 이 날도 2월 인도분 미국 금선물은 0.4% 오른 4,522.10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온스당 1.1% 오른 72.16달러를 기록했다. 은이 온스당 70달러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백금도 2.5% 급등해 2,333.80달러를 기록했으며 팔라듐 가격은 3% 오른 1,916.69달러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 가격도 이 날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서 1.8% 오른 톤당 12,28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구리는 올들어 약 40% 상승률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70% 이상 급등해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미국 금리인하 기대, 중앙은행의 매입, 탈달러화 추세, ETF 자금 유입에 힘입은 것이다.
세계금협회(WGC)는 올해 금 ETF의 총 보유량은 5월을 제외하고 올해 매달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대 귀금속 ETF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SPDR골드 트러스트의 보유량은 올들어 20% 이상 증가했다.
은 가격의 상승은 더욱 극적이다. 은은 올 한 해에만 150% 이상 급등했다. 은은 투자가치 외에도 산업 수요까지 가세한 강력한 수요와 미국의 핵심광물 목록 등재, 상승 모멘텀에 따라온 추격 매수세에 힘입어 금가격 상승도 앞질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보호무역에 나서고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한 것이 미국 장기국채 및 달러 하락과 귀금속으로의 대피를 부추겼다.
각국의 부채 증가와 달러 약세도 투자자들이 '통화 가치 하락 거래'(debasement trade) 에 나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것은 주요국의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국채와 해당국 통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국채와 해당 통화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 귀금속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시드니에 본사를 둔 금괴 거래업체 가디언 볼츠의 사업 개발 매니저인 존 피니는 "금과 은 가격 상승의 주요 동력은 지속적인 실물 수요와 거시 경제 위험에 대한 민감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승세가 꺾이기보다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투기적 거품을 넘어서 근본적인 확신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상품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각국의 국가 부채 증가속에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 귀금속이 계속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테이스티라이브의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인 일리야 스피박은 “탈세계화 시대에 국가 부채 위험없는 중립적인 매개체 자산으로 귀금속이 투기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이 향후 6~12개월 동안 5,000달러를 목표로 하고 은은 시장이 주요 심리적 저항선에 반응함에 따라 8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같은 상승세로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24일에 81을 돌파했다. 은은 현재 82 부근에서 약 2주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RSI가 70을 넘으면 과매수 상태를 나타낸다. 이는 금과 은 가격이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로 자동차 촉매 변환기에 사용되어 배기가스를 줄이는 백금과 팔라듐 가격은 올해 광산 공급 부족, 관세 문제 등으로 급등했다. 백금은 연초 대비 약 160%, 팔라듐은 100% 이상 상승했다. 테이스티라이브의 스피박은 “백금과 팔라듐의 급등은 대부분 따라잡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되더라도 변동성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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