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두 번, 4장 다섯 번 읽으면 수능 수학 2등급 보장한다."
수학 1타 강사의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법정관리 인수·합병(M&A)의 일인자 박현욱 전 태평양 변호사의 장담이다. 박 변호사는 최근 출간된 '변호사 아빠의 진짜수학 이야기(메이킹북스)'를 쓰기 위해 30년간 몸담았던 국내 5대 로펌 태평양을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수학의 세계에 자신을 갈아 넣었다.
딸에게 수학을 가르치려 시중 참고서들을 펼쳐 보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든 게 계기였다. 문제 풀이와 공식 암기에만 매달리는 학습 방식으로는 딸이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해 직접 수학 교육서를 만들었다.
서울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문과생인 그에게 수학은 그저 점수 잘 따는 요령만 터득한 과목일 뿐이었다. 딸에게 진짜 수학을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고교 졸업 후 40여년 만에 베타(β)부터 삼차방정식까지 이과 영역까지 전부 독학으로 깨우쳤다.
이 책이 수학이 왜 어려운지, 어디서부터 막히는지를 설명하는데 탁월한 이유다. 그런 만큼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가 아니라 수와 도형, 함수가 생겨난 원리와 개념의 본질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아이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건 의지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10진법, 수 체계, 분수와 비, 원의 성질 같은 기초 원리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통찰이다.
일반적인 문제 풀이형 참고서와 달리, 이 책은 아빠와 딸의 문답 형식으로 전개된다. 중반부터는 막내아들까지 가세한다. 아빠와 누나의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수학 공부법을 곁눈질하던 둘째까지 흥미를 느끼고, 가세한 저자의 경험을 책에 녹였다.
기억이 80분밖에 유지되지 않는 수학자와 가정부 가족의 교류를 통해 수학의 아름다움을 그린 일본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 김 변호사는 “영화가 다룬 수학의 영역은 이 책의 20분의 1도 안 된다”고 자신만만해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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