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출간한 박소령 전 퍼블리 대표·비즈니스 칼럼니스트는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올해의 책’으로 게이츠 자서전 3부작 중 첫 책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오늘날 기술 진보의 토대를 만든 거인 중 한 명의 책을 읽는 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더는 서재에서 탄생한다. 기업인들은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조직을 이끄는 법을 책에서 배우고 책으로 전한다. 연말을 맞아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올해 집필·번역으로 책을 펴낸 기업인 10명에게 올해 출간된 책들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책 1권을 물었다. 다만 본인의 책과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추천한 <정서적 연봉>은 돈으로 환산한 연봉이 아니라 ‘일할 맛’을 정량화한 ‘정서적 연봉’이 높은 기업이 젊은 인재를 빨아들일 것이라 주장한다. “경영은 곧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말한 권 전 부회장의 저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와도 맞닿아 있는 책이다. 권 전 부회장은 “기성세대 리더들은 조직에서 중심 집단이 되고 있는 MZ세대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의 책을 함께 추천할 기업인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두 표나 얻은 저서도 있다.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 남대희 전 삼성화재 부사장은 공통적으로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추천했다.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해 10년간 이끈 저자가 창업부터 매각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김 대표는 삼쩜삼, 리멤버, 자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 ‘연쇄창업가’로 불린다. 저서 <코어 씽킹>을 통해 자신의 창업 경험을 들려줬던 그는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대해 “창업 관련 책은 대부분 성공 스토리인데 실패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단히 용감한 책”이라며 “사실 창업은 10개 중 9개는 망하기 때문에 실패를 견뎌내는 이야기야말로 창업자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남 전 부사장은 “여성 창업가이자 리더로서 감당해야 했던 보이지 않는 압박과 고립감을 솔직히 기록해 놀라웠다”며 “저자가 몸으로 통과해 낸 고통의 기록들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기업인, 자신의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고 평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남 전 부사장의 책 <미세공격 주의보>는 조직을 좀먹으며 번아웃, 조용한 퇴사 등을 유발하는 ‘미세공격’의 실체를 살핀다.
삼성그룹 최장수 중국 주재원의 경험을 담아 <삼성전자 전 부사장이 말하는 K-반도체 초격차전략>을 낸 이병철 전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미·중 패권 경쟁을 탐구한 책 <미국의 본심>을 추천했다. 그는 추천 이유에 대해 “트럼프 시대에 미·중 관계가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도대체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라 읽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인은 현재를 넘어 내년의 화두를 전망해야 한다.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코스맥스의 33년 역사를 다룬 <같이 꿈을 꾸고 싶다>를 펴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매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와 소속 연구진이 다음해 사회·경제를 움직일 키워드를 예측해 내놓는 트렌드 전망서 시리즈의 신간이다. 이 회장은 “붉은 말의 해 병오년의 향배를 살펴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도 여전히 답은 인간이라는 견해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고 말했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 죽음을 다룬 책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존엄한 죽음 ‘웰다잉’을 사회적 의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불사의 도전정신을 담은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를 쓴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올해의 책으로 택했다. 김범석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암과 싸우며 삶과 죽음을 고찰한 내용이다. “생과 사에 대해 담백하게 써 내려가면서 철학적인 접근도 곁들이고 있어서” 요즘 주변에 이 책을 권하는 중이라는 유 전 부회장은 전화를 끊기 전 당부했다. “기자님도 꼭 읽어보세요. 정말 좋아요.”
박정민 전 SK엠앤서비스 대표는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를 추천하며 “바쁜 시대에 느리게 읽어야 할 책으로, 책을 덮고 나서 오래 남는 질문이 많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저서 <타고난 리더는 아니지만>에서 연구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과정을 들려준다. 저자와 함께 일해온 동료와 후배들의 글도 실어 현장감을 더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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