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위 전술무기부터 최상위 핵전력까지 모두 생산하는 단계로 진입하며 비대칭 전력을 완성 중이라는 두려움이 커진다. 장거리 신형 SLBM을 탑재한 핵잠이 동해로 진출하면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 서해안과 태평양까지 사정권에 든다. 이는 유사시 미국이 제공하는 한반도 핵우산이 펴지지 않을 개연성의 증대를 의미한다. 북의 지상 핵시설을 무력화해도 핵잠수함을 통한 본토 공격이 가능한 탓에 미국의 핵보복 의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핵잠 공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상상 이상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의 하나로 핵잠수함 건조를 천명한 게 2021년 초다. 러시아가 소형원자로를 넘겨줬거나 기술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불과 4년여 만에 성과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 공개된 핵잠수함의 외관 배수량 등은 러시아의 퇴역 SSBN인 아쿨라와 비슷하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000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대규모 포탄을 공급한 뒤 전리품을 톡톡히 챙기는 모양새다. 일단 파병 대가로 월 3000만달러의 대규모 현금이 북으로 유입(국가정보원)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와 거의 동시에 공개한 ‘신형 고공장거리 반항공(대공) 미사일’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생산공장’ 역시 대러 협력 산물로 분석된다. 무인기, 레이더, 방공망 등 북한에 절실한 군사기술의 대거 이전 정황도 포착된다.
러시아 뒷배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의 적반하장은 도를 넘어섰다. 김정은은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며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시도를 “해상주권을 침해하는 공격행위”로 맹비난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에선 북한과 러시아의 적대성을 경시하고 ‘닥치고 교류’를 외치는 자주파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지금은 자주를 앞세우기보다 동맹과의 협력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밀착을 저지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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