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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순풍은 우연히 불지 않는다

입력 2025-12-26 17:18   수정 2025-12-27 00:12

2015년 이후 8년 연속 감소한 출생아가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긴 저출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동시에 나온다.

출생아 수가 반등하더라도 지난 25년간 누적된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 아이 감소는 의료, 보육, 교육 같은 필수 인프라 위축으로 이어진다. 산부인과와 어린이집, 학교의 소멸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삶의 질을 지켜낼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는 일이다.

나는 저출생 문제를 볼링에 비유해 생각해 왔다. 볼링핀 10개가 다 넘어가야 스트라이크다. 핀 한두 개만 쓰러뜨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저출생도 마찬가지다.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럼에도 킹핀(5번 핀) 하나를 고르라면 분명히 ‘주거’다. 주거가 흔들리면 나머지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신혼부부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하루에 몇 시간을 길에서 보내며, 통근 시간은 길어진다. 아이를 낳겠다는 용기도, 아이를 키울 시간도 함께 사라진다. 서울에 산다고 출퇴근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로 청년들은 서울에 머물 수 없고, 재건축과 재개발이 멈춘 구도심에는 인구 유입이 없다. 사람이 없으니 인프라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수지가 안 맞는 장사’가 된다.

강북과 노원, 그리고 내가 지역구를 둔 도봉구 같은 서울 외곽 지역은 이 구조의 결과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도시를 지탱하던 교통, 의료, 교육 기반이 약해진다. 저출생은 곧 고령화와 도시 소멸,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저출생 정책의 목표는 단순한 ‘출산 장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고, 선택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것. 인구 구조가 변했다면 정책 방향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국회에서 ‘2040 순풍(順風)포럼’을 만들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막 결혼했거나,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의원이 중심이 된 연구모임이다. 우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가 곧 저출생의 원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금성 지원을 더 얹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집중한다. 다른 어떤 모임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며, 구체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런 고민과 현실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여야가 뜻을 모아 ‘모두 행복육아’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그 공백을 함께 메운 동료에게도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육아응원수당, 그리고 5월 둘째 금요일을 ‘가족문화의 날’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육아를 개인의 선택과 부담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함이다. 서로가 육아를 응원하고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아이가 태어나며 나의 기준도 분명히 달라졌다. 첫째 아이는 국회의원 당선 직후 태어났고, 또 현직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둘째 아이까지 맞이하는 축복을 얻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더 가볍게 볼 수 없다. 순풍은 우연히 불지 않는다. 방향을 잡고, 돛을 세우고, 꾸준히 밀어야 만들어진다. 2025년의 끝에서, 그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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