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5.3%에 달했다. 2021년 43.4% 수준이던 월세 비중이 불과 4년 만에 21.9%포인트 급등하며 임대차 시장이 사실상 ‘월세 우위’ 구조로 재편됐다. 특히 전세 사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빌라·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70~80%를 웃돌며 전세 실종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의 월세화는 구조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전세자금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목돈을 한 번에 맡기는 계약에 대한 거부감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보증금의 이자 수익보다 다달이 받는 임대료 수입이 유리해진 임대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수요 구조가 급변했음에도 공급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월세 시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국내 임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전문 운영사가 대규모 단지를 장기간 보유·관리하며 표준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개인 임대인과 세입자 간 1 대 1 거래가 절대다수다.
정부가 리츠(REITs)나 민간참여형 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나 특정 계층에 한정돼 있다. 도심 내 중산층을 겨냥한 ‘양질의 월세 주택’은 여전히 공급 공백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낮은 수익성과 임대사업 규제, 세제 인센티브 부족 등이 기업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임원은 “임대차 시장을 복지 정책의 영역을 넘어 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세제와 규제체계를 재설계해 주거의 질과 선택지를 동시에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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