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연구진이 자기부상 기술 시험에서 단 2초 만에 속도를 시속 70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기부상 차량 속도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자 상업용 여객기에 맞먹는 속도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가 보류되거나 중단된 것과 달리 중국은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따르면 중국 국방과학기술대 연구진은 400m 길이의 자기부상 시험선로에서 1t급 자기부상 차량을 2초 만에 시속 700㎞까지 가속한 뒤 안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통상 시속 700~900㎞로 비행하는 여객기 수준의 속도를 낸 것이다. CCTV는 “이번 시험 성공은 초고속 가속 능력뿐 아니라 고출력 제어 기술 측면에서도 중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연구진은 이 프로젝트에 10년을 매달려왔다. 올해 1월에는 같은 시험선로에서 최고 시속 648㎞를 달성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자기부상 기술을 축적해왔다. 국방과기대는 30년 전 중국 최초의 유인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했다. 2020년에는 철도차량 제조사 중궈중처(CRRC)의 자회사 칭다오쓰팡이 기업·연구기관 30여 곳과 시속 600㎞의 자기부상열차 시험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후베이성에 있는 정부 연구기관인 둥후 실험실에서 시속 650㎞를 달성했다. 당시 둥후 실험실에서 시험열차 중량은 1.1t이었고 최고 속도까지 걸린 시간은 7초였다. 중국 전체로 보면 불과 6개월 만에 자기부상 기술의 최고 시속을 50㎞ 높이고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5초나 단축한 것이다. 중국은 자기부상 최고 시속을 100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수치다.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자기부상열차 최고 속도는 2015년 일본 JR도카이가 달성한 시속 603㎞다.
자기부상은 전자석을 이용해 열차를 띄우고 유도·추진하는 교통 기술이다. 차량이 바퀴 없이 선로 위를 부상해 주행한다. 선로 벽면 자석과 차량에 있는 자석이 상호작용하면서 추진력이 발생해 마찰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중국은 이번 성과를 차세대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진공 파이프라인 자기부상) 개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이퍼루프의 목표 속도는 보통 시속 1000㎞ 이상이다. 진공 상태에서 마찰을 최소화한 자기부상 시스템이 상용화하면 도시 간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응용 범위는 교통에 그치지 않는다. 전자기 가속 기술을 활용해 로켓과 항공기의 이륙 단계 연료 소모를 줄이는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기술 실증 단계를 넘어 차세대 초고속 교통의 표준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가속 기술은 교통에 영향을 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우주항공 발사 보조에도 새로운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며 “로켓과 항공기의 이륙 단계 연료 소모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지상에서 초고속 비행 환경을 모사해 특수 장비를 시험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34년 헤르만 켐퍼가 전자기 부상 원리를 최초로 특허 등록해 사실상 자기부상 기술의 원조 격인 독일은 2008년 뮌헨 공항 자기부상 노선을 접은 이후 상업 노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합의 실패, 환경 규제, 주민 반발이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기부상열차의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고속철 네트워크 대부분은 여전히 바퀴식 열차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 철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고, 전용 선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은 자기부상열차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된 사례는 중국 상하이 한 곳뿐이다. 2002년 상하이 지하철의 한 노선으로 푸둥신구의 룽양루역과 푸둥공항1·2터미널역을 잇는 노선에서 자기부상열차가 다닌다. 운행 속도는 시간당 431㎞다. 통상 300㎞ 이상인 고속열차보다는 빠르지만 막대한 건설비와 소음·전자파 논란으로 노선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예컨대 일본에서 자기부상열차 노선을 까는 데 드는 비용은 고속철도 건설비보다 다섯 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선 여전히 자기부상열차보다 바퀴식 고속철의 성능 개선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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