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모론을 좋아한 적이 없다. 하지만 국가적 혹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 기괴한 가설들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나은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100년 뒤의 역사가들은 2025년을 ‘미국 음모론 광풍이 정점에 달했던 해’로 기록할 것이다.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 진행자 캔디스 오언스는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살해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오언스가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상황은 언제나 더 나빠질 수 있다. 지난주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녀는 JD 밴스 부통령을 가리켜 “지난 10년 동안 음모론자였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음모가들이 누구인지 대한 음모론이 더 많았다. 프리메이슨, 가톨릭, 유대인 등이 그 대상이었다. 오늘날 음모를 좇는 사고방식은 2001년 9·11 테러와 함께 태동했다. 이른바 ‘9·11 진실 규명론자’들은 당시 테러가 미국 정부에 의해 저질러졌거나, 정부가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믿는다.
요즘의 더 기괴하고 틈새를 파고드는 음모론은 주로 우파 성향을 띤다. 하지만 9·11 진실론은 본래 좌파 성향에서 출발했다. 원래 목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테러를 조작했다고 비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팀 버펄로빌스의 수비수 다마 햄린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고, 지금 뛰고 있는 선수는 사실 대역이라는 주장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정말 그 말을 믿는 걸까. 아마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짜릿함을 준다.
대부분의 음모론이 가진 문제는 그것들이 ‘동기가 부여된 추론’, 즉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서 맞추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유포자는 다른 목적이 있기에 이성에는 관심이 없다. 트럼프의 적들은 그를 잡고 싶었고, 러시아는 가장 손에 잡기 쉬운 핑계였을 뿐이다. 찰리 커크가 모사드에 살해당했다는 주장 역시 유대인을 비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이런 불성실함은 토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원제 ‘2025’s Conspiracies and The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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