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골드만삭스리서치는 내년 세계 AI 시장의 설비투자액(CAPEX)을 5270억달러(약 760조2500억원)로 전망했다. 지난 3분기만 해도 4650억달러(약 670조8090억원)를 예상했지만 한 분기 사이 13.3%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올해 투자액인 3940억달러(약 568조3800억원)보다 33.75% 증가한 수치다.이 설비투자액은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3 등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뜻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국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고 내년에도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는 각종 AI 데이터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서버와 AI 칩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치가 들어간다. 서버 과열을 막는 냉각장치, 전력을 안정적으로 배급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 같은 전력장치 등이 주목받는다.
이 같은 인프라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순항 중이다. 세계적 냉각장치 기업인 이턴은 이달 미국에서 열린 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시간이 줄어든 데다 지난 3분기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주문이 전년 대비 70% 늘어났다”고 밝혔다. AI용 서버로 데이터센터를 채워 ‘네오 클라우드’ 기업으로 불리는 코어위브 관계자는 같은 행사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고객이 요구하는 만큼만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리서치는 이런 인프라 투자 확대가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AI 시장이 점점 인프라 구축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골드만삭스리서치는 “내년에도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설비투자 규모보다 인프라를 활용해 돈을 벌 능력을 갖춘 기업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I 모델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 중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기업들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AI 모델과 클라우드를 결합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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