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번 갈등은 이마트노조가 지난 22일 발표한 ‘쿠팡과 유통산업에 대한 성명서’로 촉발됐다. 조합원 7000명으로 마트업계 최대 조직인 이마트노조는 성명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부실한 대응조치를 거론하며 “그들(쿠팡)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쿠팡 외 대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2023년 쿠팡 매출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격차가 더 벌어진 점도 지적했다.
이마트노조는 유통 산업 몰락의 결정적 원인을 2011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지목했다. 의무휴업 제도는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명분으로 대형마트가 월 2회 의무적으로 문을 닫도록 한 규제다. 영업시간 제한은 심야·새벽 영업을 금지하는 제도다. 이마트노조는 “사양산업이자 한계산업을 13년간 규제로만 일관하면서 그 기간 동안 1만명의 마트노동자가 사라졌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누가 혜택을 받았는지, 도입 취지에 맞는 효과가 있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쿠팡 영업정지’ 논의에 대해서도 이마트노조는 “감정적 대응은 입점 판매자의 7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조는 24일 성명을 내고 이마트노조를 반박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이마트지부·홈플러스지부 등을 포함한 마트 분야 최대 산별 노조로 중장년 여성 계산원(캐셔), 매장관리 인력 등이 주축이다. 마트산업노조는 “이마트노조가 유통 노동자의 이름으로 사용자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위기의 본질은 대형마트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무규제”라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노동·휴식 기준”이라며 오히려 쿠팡 등 온라인 유통 노동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 고강도 노동, 반복적인 노동자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며 “플랫폼 기업의 비용 절감 중심 경영과 이를 방치해 온 제도 환경이 핵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 노조는 최근 회생 절차에 돌입해 점포 폐쇄와 임금 분할 지급 사태를 맞이한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갈렸다. 이마트노조는 “규제가 지속되는 한계산업에 어느 자본이 투자하겠느냐”며 정부 규제 탓에 홈플러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근로자들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마트산업노조는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실책으로 돌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유통산업 생존 전략을 둘러싼 노조 내 시각차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산업 생태계 보전에 공감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마트노조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갈등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마트노조는 한국노총, 마트산업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이들 양대 노총은 최근 쿠팡의 새벽 배송을 제한하는 방안을 놓고도 충돌했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업계 관련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새벽 배송을 금지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새벽배송은 택배 기사들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하지은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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