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29일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우리 경제는 인구위기, 기후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 대격변, 지방 소멸이라는 5대 구조적 이슈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블랙스완’이 아니라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 위험에 빠지는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색 코뿔소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눈앞에 보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심각성을 과소평가해 방치되는 대형 위험을 뜻한다.
이 후보자는 “이럴 때일수록 단기 대응을 넘어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안목으로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겠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히 투자해 전략적 선순환을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유독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후보로 나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주느라 세금을 더 걷든 부채를 더 발행하든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민간 여력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것이 구축효과”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현금 지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확장 재정에 대한 중도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확장 재정으로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번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이 후보자가 정부 내에서 ‘재정 매파’ 역할을 자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의견을 묻자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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