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포도씨 추출물 복용하면 수술 없이 하지정맥류 환자의 정맥 역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인현·배성아, 흉부외과 박성준·김학주 교수팀은 하지정맥류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에서 정맥 역류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이 손상돼 혈액이 심장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여 혈관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국내는 성인 4명 중 1명, 60세 이상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동안 수술과 시술 외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도플러 초음파로 정맥 역류가 확인된 19~80세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는 포도씨 추출물 150㎎을 하루 2회 12주간 복용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생활습관 개선만 권고했다.
그 결과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의 평균 정맥 역류 시간은 약 3600ms 감소했지만 대조군은 약 1100ms 줄었다. 특히 심부정맥(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정맥)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무릎 뒤쪽 오금정맥의 혈액 역류 시간은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에서 4064ms, 대조군에서 1179ms 줄었다. 이런 결과는 표재정맥(피부 아래 위치한 얕은 정맥)과 달리 레이저나 고주파 시술, 수술적 제거가 어려워 압박스타킹 착용 외에 별다른 증상 개선 방법이 없던 환자들에게 새 비침습적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은 환자가 체감하는 증상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 질환 임상 중증도 점수(VCSS)는 약물치료군에서 3.95점 줄어 1.81점 감소한 대조군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만성 정맥부전 삶의 질 설문(CIVIQ-14)에서도 약물치료군은 6.97점 증가해 2.97점 증가한 대조군을 크게 앞섰다.
연구를 이끈 정인현·배성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포도씨 추출물이 하지정맥류 환자의 정맥 역류를 실제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수술이나 시술을 원하지 않거나 시행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비침습적 치료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와 미국정맥포럼 공식 학술지(Journal of Vascular Surgery: Venous and Lymphatic Disorders)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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