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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25년과 우리의 2025년: 금융 온체인화의 명암
미국은 지난 한 해 동안 백악관과 관계기관, 산업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혁신에 매진한 끝에, '금융 시장의 온체인(On-chain)화'를 제품 출시 직전 단계까지 완성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논쟁과 반대, 보류의 굴레에 갇혀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이제 전 세계를 겨냥한 미국의 '블록체인 슈퍼앱'들이 물밀듯이 쏟아질 것이나, 우리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2025년: 혁신을 향한 질주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규제의 상징이었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사임했다. 이튿날 SEC는 규제 개선을 위한 '크립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23일 백악관은 '디지털 금융 리더십 강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서막을 열었다.3월에는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화(Strategic Bitcoin Reserve)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고, 4월 친(親)가상자산 인사인 폴 앳킨스가 SEC 위원장으로 취임하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5월에는 규제의 '현대화' 계획이, 6월에는 의회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되는 등 입법과 행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7월 말, 백악관 실무그룹(PWG)은 은행, 시장 구조, 조세 등 100여 가지의 규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뒤이어 SEC는 증권과 비증권을 아우르는 '슈퍼앱(Super App)' 구상을 발표했고, CFTC는 디지털 자산의 현물 거래 개시와 파생상품 담보 승인을 약속했다. 9월에는 ICO가 증권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규칙 기반의 상장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했다.
연말에 이르러 그 결실이 맺어졌다. JP모건,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 공룡들이 디지털 자산 도입에 가속도를 냈고, 12월 SEC와 CFTC는 토큰화 증권 거래와 파생상품 담보 활용을 공식 승인했다. 이는 곧 미국 정부가 공인한 토큰화 증권 플랫폼과 제도권 디지털 자산 금융 시장의 탄생을 의미한다.
'에브리싱 익스체인지(Everything Exchange)'의 현실화
코인베이스가 12월 발표한 '시스템 업데이트'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이다. 단순히 가상자산을 거래하던 곳에서 벗어나, 24시간 주식·ETF·예측시장·파생상품을 단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는 '멀티 자산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 아래 미국 기업이 '금융의 온체인화'라는 국가적 목표를 현실 제품으로 구현해낸 사례다.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미국이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의 온체인화'와 '슈퍼앱'을 도구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국경 없는 신대륙에 미국의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와 막대한 유동성을 입점시키는 것은 곧 전 세계를 향한 금융 선전포고와 같다. 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돈'은 당연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한국인들에게도 열릴 것이다. 기존 금융이 주지 못한 신속함과 효율성, 재미를 갖춘 미국산 슈퍼앱과 무국적 디파이(DeFi) 서비스가 우리 안방까지 침투할 것이다. 이는 해외 거래소 이용 수준을 넘어,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금융 생태계에 편입되는 '달러라이제이션'의 시작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현실은 처참하다. 2017년부터 이어진 '원천 금지' 기조는 여전하며, 고작 자금세탁 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사후 처벌 규정을 마련한 것이 전부다. 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국내 서비스 개발의 싹마저 자르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허용은 공수표가 되었고, 가상자산 기본법 논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는 '아래한글'이, 구글의 침공은 '네이버'가 막아냈다. 하지만 국경이 없는 블록체인 시장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으며, 대항할 국산 서비스나 인프라도 전무하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튜브는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시중은행에 달러 지폐가 동날 때 바이낸스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고수익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늦게라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과오를 되돌아보고 대오각성해야 한다. 2026년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이 위기를 직시하고 변화의 선두에 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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