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4200 시대를 이끈 ‘일등공신’ 반도체가 2026년에도 상승가도를 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한 와중에 범용 D램의 수익성이 HBM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25년 1월 17만원대로 시작한 SK하이닉스 주가는 1년간 280% 뛰며 65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5만3000원으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125% 급등하며 11만9900원을 찍었다. 2026년에는 증권사 목표주가가 100만닉스와 17만전자까지 제시되면서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의문도 걷히고 있다.
여기에 지난 12월 발표된 2025년 하반기(9~11월) 실적에서 미국 마이크론이 ‘역대급 성과’를 공개하고 ‘2026년 HBM 완판’과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을 재확인하면서 하반기 반도체 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이런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는 수요와 실적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 창출력이 늘어나 주가가 올라도 이익 대비 가치는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 합은 2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삼성전자가 2026년 매출 446조2000억원, 영업이익 135조3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추정치(매출 331조1000억원, 영업이익 41조6000억원) 대비 각각 34.7%, 225.2%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매출(189조6260억원)과 영업이익(124조5340억원)이 지난해 대비 97.4%, 177.7%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꿈의 숫자’였던 영업이익 100조원의 근거는 수요에 있다. 반도체를 구매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2026년에도 AI와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간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2026년에만 1000억 달러(14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HBM 특성 때문이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사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주문형 반도체다. ‘선 주문, 후 생산’ 방식인 만큼 메모리업체들이 수요를 초과하는 비효율적인 투자를 감수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1년 내내 이어진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빅테크 고객사가 늘어난 것도 호재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 아마존, MS 등 ASIC(주문형 반도체) 업체들의 HBM3E 주문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는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BM을 개발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앞으로 HBM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물량이 완판됐고 2027년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은 공정이 복잡해 단기간 증설이 어렵고 글로벌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 설비투자를 절제하며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 12월 로이터에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의 메모리를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더욱 겪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원하는 물량의 100%를 확보하는 고객은 없으며 필요한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을 구매하는 고객이 다수”라고 했다.

범용 D램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도 2026년 주가 상승을 이끌 재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에 탑재되는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면서 GPU 등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의 수익성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년간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에 몰두하면서 범용 D램 생산 여력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범용 D램 가격은 2025년 4분기에만 50%까지 뛰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올해 DDR5 마진이 HBM3E를 추월하며 수익성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품귀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의 올 실적 역시 범용 메모리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범용 메모리는 영업이익률이 7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공급자 우위 시장이 도래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과 운용사는 한국을 AI 산업 발전 사이클의 핵심 수혜국으로 찍었다. HSBC는 한국이 AI·반도체 중심의 기술 사이클에서 강한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라며 아시아에서 핵심 선호 국가로 꼽았다. 피델리티 역시 한국을 AI·반도체 사이클의 핵심 수혜국으로 보면서 동시에 일본이 거쳐온 것처럼 밸류업 정책에 따른 주가 상승 기회가 큰 국가로 예상했다.
증권업계는 D램 생산량이 압도적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상승률이 SK하이닉스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은 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약 50만5000장으로 SK하이닉스(약 39만5000장)와 마이크론(29만5000장)을 압도한다.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면 삼성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1월 SK증권이 100만원을 제시했고, 노무라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88만원으로 상향했다.
2026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 역시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소부장 업체가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서고 있고, 금융 당국이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저평가됐던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일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주들은 높은 성장성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 유입 한계가 발목을 잡아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34%에 이르는 반면 코스닥 상위 6개 기업인 티엘비(18%), 브이엠(8%), 원익IPS (25%), 하나마이크론(15%), 유진테크(30%), ISC(21%)의 평균은 20% 수준에 그친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 역시 해당 기업들 모두 5% 미만으로 SK하이닉스(7.4%)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상위 5개 기업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업종 평균을 뛰어 넘으며 가치를 증명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동진쎄미켐의 경우 연기금 참여 제고 정책으로 과거 수준인 6% 내외까지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전공정 장비 업체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선호주로 테스·브이엠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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