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기업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DB)의 저작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네이버의 부동산 DB를 무단으로 크롤링(데이터 추출)해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DB를 구성하는 원본 자료를 직접 생성하지 않았더라도 인력과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정리·가공했다면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법원이 DB 저작권을 엄격히 인정함에 따라 대형 플랫폼과 스타트업 간 크롤링 관련 분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윈프로퍼티는 2021년 2월 네이버 부동산 매물정보 DB를 크롤링해 자사 플랫폼인 다윈중개에 게시했다.
네이버가 데이터 무단 수집·이용 중단을 요구하자 매물 정보 오른쪽에 아이콘을 배치해 클릭하면 새 창에서 네이버 부동산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하는 외부 링크(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꿨다. 네이버는 이 역시 데이터 무단 이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네이버가 DB 제작자에 해당해 저작권을 가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네이버가 허위 매물을 걸러내는 확인매물 시스템 구축·유지에 약 10억원을 지출하는 등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했다”며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매물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도 네이버 부동산 시스템에 맞게 편집·배열했으므로 단순 이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최근 크롤링된 데이터의 질적 측면을 엄밀하게 따져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추세다. 단순 공개된 정보인지, 가공·편집된 정보인지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온다.
여기어때 창업자가 야놀자 서버의 정보를 무단 크롤링한 사건은 2022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당시 크롤링으로 수집한 정보는 숙박업소 이름과 주소 등 대부분 이용자에게 공개된 정보라는 점을 근거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지난해 8월 한인숙박 예약 플랫폼 민다와 마이리얼트립 간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는 민다가 보유한 데이터 자체는 공개돼 있어 마이리얼트립이 크롤링한 것은 불법 탈취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이리얼트립이 크롤링을 위해 민다에서 숙소를 반복해 예약하고 취소한 행위는 영업 방해”라며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채용정보 플랫폼 사람인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크롤링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잡코리아를 DB 제작자로 최종 인정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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