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 몸무게 30㎏짜리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섯 손가락으로 셔츠를 집어 올리더니 단추를 하나씩 잠근다. ‘머리’(인공지능·AI)로 단추를 잠그라는 명령을 이해한 뒤 ‘눈’(카메라)으로 셔츠와 단추를 인식하고, 섬세한 ‘손가락’(기계공학)으로 미션을 수행한 것이다. 푹신한 ‘피부’ 덕분에 부딪혀도 별다른 충격이 없고, 귀에 거슬리는 로봇 특유의 기계음도 없다. 소음은 22dB로 냉장고와 비슷하다.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CES 2026’에 데뷔하는 노르웨이 1X테크놀로지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의 모습이다. 네오는 AI로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알아서 거실 물건을 정리하고, 식기세척기에 접시를 넣는다. 1X테크놀로지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사전판매 가격은 2만달러(약 2700만원) 안팎. AI가 실물 기기에 적용돼 인류의 삶을 바꾸는 ‘피지컬 AI 혁명’이 현실이 된 셈이다.
물류 창고나 제조 공정에서 로봇이 스스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고,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건 이미 현실이 됐다. ‘물류의 달인’으로 불리는 미국 어질리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디지트’가 대표적이다. 디지트는 자율주행로봇(AMR)들이 갖고 온 박스를 컨베이어벨트에 하나씩 옮기는데, 공정이 밀리면 박스를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바닥에 쌓아두는 식으로 스스로 조절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바뀌는 무게중심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커브를 돌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
디지트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기업 GXO의 물류센터에서 10만 개가 넘는 박스를 옮기며 성능을 입증했다. 시간당 비용은 10~12달러로 미국 물류시장 평균 인건비(시간당 30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스웨덴 헥사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이온’은 검사 장비에 정밀 부품을 넣는 게 ‘전공’이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스스로 교체 스테이션으로 걸어가 2분 만에 새 배터리로 갈아 끼운 뒤 작업장으로 돌아온다. ‘24시간 일하는 근로자’인 셈이다.
올해 CES에 출사표를 낸 영국 스타트업 ‘휴머노이드’는 키가 220㎝에 달하는 대형 로봇 ‘HMND 01 알파’를 공개한다. 이 로봇은 15㎏짜리 박스를 종이상자처럼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괴력을 자랑한다.
중국 로보락의 ‘사로스 Z70’은 바닥 청소를 넘어 정리정돈까지 해준다. 청소하다가 장애물이나 세탁감을 발견하면 팔을 뻗어 집어 올린 뒤 정해진 바구니에 넣는 식이다.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은 사람과 심리적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미국 리얼보틱스가 공개하는 대화형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표정과 제스처를 감지하고, 이를 주변 환경과 연결해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한다. 얼굴에 사람처럼 미세한 표정 변화를 만들어내는 14개 포인트를 장착해 대화에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높은 초기 비용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구독형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휴머노이드 네오 가격을 2만달러로 책정한 1X테크놀로지는 이와 별도로 월 499달러(약 65만원)짜리 구독 요금제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떨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머지않아 ‘1가구 1로봇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로봇 대중화를 위해선 한두 시간에 불과한 가동 시간을 늘리고 집 안과 공장을 촬영하는 로봇 특성상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라스베이거스=김채연/김인엽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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