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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채 이자 줄이려 Fed 압박…美 '재정지배' 위험 커져"

입력 2026-01-05 17:25   수정 2026-01-06 02:29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재무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이 4일(현지시간) Fed가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국채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장기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책임은 Fed가 아니라 세금과 지출을 결정하는 의회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재정지배 받아선 안 돼”
옐런 전 의장은 이날 ‘2026 미국경제학회(AEA)’ 패널토론에서 ‘재정지배(fiscal dominance)’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재정지배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에 종속되는 상황을 뜻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고유의 목표 대신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옐런은 현재가 재정지배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재정지배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해임하겠다는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보통 국채 금리도 낮아진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기 쉽다.
◇“국채 이자 줄이려 금리 인하 요구”
옐런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채무 상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립금리 추정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라고 Fed에 요구해왔다”고 했다.

이날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38조5678억달러에 달한다. 매해 세입보다 세출이 커지면서 재정적자가 쌓였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5회계연도 기준 1조78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순이자 비용은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이다. 향후 30년간 5.4%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건전재정의 기준인 GDP 대비 3%를 훌쩍 넘는다.

옐런 전 의장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보유 채권을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거나 재정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행동이 제약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단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자리 잡으면 물가를 다시 안정시키는 비용은 훨씬 커진다”며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통제되고 있을 때 Fed는 노동시장 약화에 대응할 여지가 더 크다”고 했다.
◇“초당적 협력 필요”
옐런 전 의장은 또 “Fed는 재정당국의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그렇게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정정책의 역할은 세금과 지출을 결정하고, 시장에서 부채를 발행해 현재의 이자율로 재정적자를 조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정지배에 따른 통화정책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치적으로 왜곡된 경기 순환을 초래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옐런 전 의장은 대규모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예산 균형’에 합의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두 사람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줄여 2002년까지 균형예산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1998~2001년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 흑자를 달성했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하락했다. 옐런 전 의장은 “이런 초당적 협력이 향후 수년 안에 나타나 미국을 지속 가능한 재정 경로로 되돌려놓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필라델피아=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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