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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꺾고 물건 줍고"…현대차,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공개 [CES 2026]

입력 2026-01-06 07:25   수정 2026-01-06 10:14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 성인 남성 키(170㎝)만 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와 섬세함 손가락 움직임을 선보였다. 곧바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시늉을 하고 손을 뻗어 선반 위 물건을 꺼내는 행동도 취했다. 이후 무대 오른편으로 걸어가 멈춰 서더니 두 손을 위 아래로 뻗어 무대 끝을 가리켰다. 그러자 푸른색의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이란 주제로 ‘CES 2026’ 미디어 데이를 열어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대중 앞에 처음 선보였다. 그룹은 아틀라스를 대량 생산해 2028년부터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주요 제조 공장에 순차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를 비롯해 로봇개 스팟 등 로봇을 연간 3만대 생산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도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개된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56개의 관절 자유도와 촉감 센서를 갖춰 사람과 유사한 정밀 동작이 가능해 실제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이다. 360도 카메라로 주변 모든 방향을 감지하는 데다 최대 50㎏의 하중을 견디고 2.3m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영하 20도의 혹한과 영상 40도의 폭염에서도 작업이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배터리가 소모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교체하고 작업을 재개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HMGMA의 부품 분류 공정에 아틀라스를 실전 배치하고, 2030년부터는 고난도의 부품 조립 작업까지 맡기기로 했다. 안정성과 품질이 입증되면 다른 생산 공정에도 차례로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차, 피지컬AI에 승부수
현대차그룹이 이날 밝힌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 → 학습 → 제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 완성차(현대차·기아), 철강(현대제철), 부품(현대모비스 등), 방산·철도(현대로템) 등 그룹 내 전 제조 현장에서 쏟아지는 ‘물리적 행동 데이터’부터 시작이다. 이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로봇을 제조하고 이를 여러 기업의 제조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로봇을 넘어 자율주행 기술에도 이식돼 테슬라, 샤오펑 등 글로벌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힐 무기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 학습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미국 내 로봇 전용 훈련 거점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개소한다. RMAC에서 얻은 가상 데이터와 HMGMA에서 수집한 실제 데이터를 결합해 기술 경쟁에서 구조적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날 신년회에서 “외부 기술을 쓰지 말고 AI를 조직 DNA에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전략을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구글 딥마인드와 ‘로봇 동맹’
기술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테크 기업과 협력도 전방위로 확장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엔비디아와 맺은 파트너십을 더 공고히 하기로 했다. 양사 협력은 기존 데이터센터용 ‘훈련용 GPU’ 중심에서 로봇에 탑재될 ‘추론용 GPU’ 분야로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PU 수십만장에 불과한 데이터센터 시장을 넘어 수십억장 단위인 로봇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엔비디아 파트너로 현대차가 낙점됐다는 의미다.

구글 딥마인드와도 협력에 나선다. 현대차는 이날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기반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도입한다고4 밝혔다. 이를 통해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복잡한 도구를 스스로 다루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
현대차그룹은 단순 제조를 넘어 ‘지능형 로봇 서비스 생태계’를 파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 로봇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른 업체에서 위탁받아 생산하는 ’로봇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이어 고객이 로봇을 구독료 형태로 이용하는 ‘원스탑 RaaS’ 서비스를 도입한다.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OTA)와 원격 유지보수로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진입 장벽을 허물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 미국에 260억달러를 쏟아붓는 메가톤급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피지컬 AI’ 시장 선점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스베이거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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