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연히 인기만 많은 ‘스타 가수’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성공을 향한 조급한 마음이나 지나친 욕심을 내세우기보단 천천히 실력과 커리어를 쌓으며 ‘믿고듣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바리톤 김태한(25·사진)은 6일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간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처럼 여러 나라와 명문 극장에서 오페라와 리사이틀 무대를 넘나드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태한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 남성 성악가로는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차세대 바리톤. 그가 올해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2013년 금호문화재단이 국내 공연장 가운데 처음 도입한 상주 음악가 제도는 뛰어난 실력의 아티스트에게 1년간 4~5회 음악회를 직접 기획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피아니스트 김다솔 선우예권 박종해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이지윤 양인모 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이 이 자리를 거쳐 갔다.
성악가가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한은 “직접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공연을 올리는 것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지만, 젊은 음악가에겐 그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성악가로는 첫 상주 음악가인 만큼 부담되는 면이 있지만,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에서 좋은 음악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록 가수가 되고 싶어 밴드부로 활동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노래를 꼭 하고 싶으면 학문으로서 성악을 공부해 보라는 어머니의 권유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예고 입학을 목표로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성악을 시작했고, 독일 가곡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악의 매력을 느끼게 됐죠. 고등학교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페라 ‘라보엠’을 보게 됐는데, 그때 가슴이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성악을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었거든요.”
김태한은 올해 ‘페르소나(persona)’를 주제로 총 네 번의 공연을 선보인다.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한다. 그는 “성악가, 오페라 가수는 작품에 따라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며 “하나의 단편적인 소리가 아니라 제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주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한은 8일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관계’(4월 23일), ‘사랑’(7월 2일), ‘고독’(10월 15일) 등의 무대를 선보인다.
김태한은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2023년부터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2년간 활동한 김태한은 지난해 9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주로 조연과 단역을 오가며 오페라 가수로서의 기반을 닦았다면,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선 주역까지 맡으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무대에 설 때면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되지만, 끊임없이 발전을 도모하면서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이자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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