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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구원투수' 나선 기업…100억 달러 외화채 발행 시동

입력 2026-01-06 17:33   수정 2026-01-07 01:17

마켓인사이트 1월 5일 오후 2시 48분

올 3월까지 포스코 등 국내 기업과 국책은행·공공기관에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신 외화채를 발행해 빌려오는 전략이다. 변동성이 높아진 환율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정부의 환율 안정 기조에 발맞추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종과 석유·화학업체 등을 중심으로 외화채 발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외화채 발행 ‘봇물’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르면 이달 10억달러(약 1조4473억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구서(RFP)를 발송하고 주관사단을 꾸리고 있다. 포스코가 외화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2024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에는 약 5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외화채 발행에는 기존 차입금 상환과 추가자금 조달 목적이 포함돼 있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도 잇따라 외화채 발행에 나선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30억달러(약 4조3419억원) 규모의 국내 첫 외화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미 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산업은행도 이달 3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발행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1분기 외화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와 국책은행 등이 외화채 조달을 늘리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포스코는 호주에서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를 조달하고 있고 중국과 캐나다에서는 2차전지 분야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외화채는 달러를 빌리고 원화로 갚는 구조인 만큼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입하는 것과 달리 환율 상승을 촉발하지 않는다.
◇국민연금까지 가세하나
자본시장에서는 이 같은 국책은행과 공기업의 외화채 발행이 2분기 이후에는 민간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외화채 발행 규모가 작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외화채 발행 규모는 2019년 343억달러(약 49조원)에서 2023년 530억달러(약 76조원)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600억달러(약 86조원)를 넘어서 올해에는 720억달러(약 10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채 물량만 645억달러에 달한다.

환율 안정이 당면 과제인 정부도 외화채 발행을 권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외화채는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으면서 외화 유입 경로를 넓힐 수 있는 수단이다. 외화채로 달러를 조달한 기업들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시중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이렇게 확보된 은행의 달러는 시중으로 유입돼 원화 환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당장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화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 안정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국민연금에서 최소 50억달러 이상의 외화채를 연내 발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에 필요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4월 관련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도 채권을 통한 외화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한도를 지난해 14억달러에서 올해 50억달러로 3.5배 증액했다. 외평채는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이다. 외국 투자자로부터 달러 등 외화를 빌려와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두고, 원화가 급격히 약세일 때 시장에 외화를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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