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을 대중에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2028년부터 자동차 공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아틀라스를 포함해 연간 3만 대에 이르는 로봇을 생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동차 메이커를 넘어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로봇, 자동차 등을 두루 생산하는 피지컬 AI 제조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6’ 미디어 데이를 열고 차세대 아틀라스 모델을 선보였다. 2028년 제조 현장에 투입되는 실전 모델로,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데다 촉감 센서도 갖춘 덕분에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360도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50㎏ 하중을 견딘다. 키 190㎝로 팔을 뻗으면 230㎝ 높이까지 닿을 수 있다. 영하 20도 혹한과 영상 40도 폭염에도 쉼 없이 일할 수 있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충전소로 걸어가 스스로 교체한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지능을 높이기 위해 엔비디아, 구글과 ‘드림팀’을 꾸렸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학습 훈련 프로그램 DGX로 AI 성능을 끌어올리고,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상황 대처 능력을 높였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아틀라스는 사람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슈퍼 휴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부품 분류 공정에 아틀라스를 실전 배치하고, 2030년부터 고난도 부품 조립 작업을 맡기기로 했다. 안정성과 효율성이 검증되면 다른 생산 공정에도 차례로 투입할 방침이다.
로봇 플랫폼 기업 승부수
이날 무대에 오른 자동차는 한 대도 없었다.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하는 ‘피지컬 AI’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이 반영된 무대 연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단한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 전문성도 빅테크와 차별화되는 현대차그룹만의 강점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학습→제조’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밸류체인을 모두 갖췄다는 얘기다.
아틀라스는 투입 시점만 보면 다른 기업에 비해 후발주자다. BMW는 2024년 8월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피규어 02’를 투입했고, 중국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지난해 초부터 휴머노이드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올 상반기 양산을 예고했다. 다만 유니트리와 옵티머스 등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최대 20~30㎏에 불과한 반면 아틀라스는 50㎏까지 운반할 수 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아틀라스는 경쟁사 대비 많은 차별화된 요소를 갖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폿’ 등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가 아니라 오히려 앞서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조 현장에서 쏟아져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로봇을 개발한 뒤 여러 기업의 공장에 투입해 다시 데이터를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축적한 데이터를 자율주행 기술에도 이식해 테슬라, 샤오펑 등 자율주행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테크기업들과 협력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엔비디아와 맺은 협력 분야를 데이터센터에서 로봇으로 넓히기로 했다. 구글 딥마인드와도 협력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제조·제어 기술에 구글의 고도화된 인지·추론 능력을 이식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복잡한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에선 하드웨어(현대차·보스턴다이내믹스), AI 칩(엔비디아), AI 모델(구글 딥마인드)이 결합한 이번 협업을 두고 ‘최강의 드림팀’으로 평가하고 있다. 플레이터 CEO는 이날 “엔비디아, 구글과 협업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앞으로 고품질 제품을 저가에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투자하는 125조2000억원 중 50조5000억원을 AI,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