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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넣었는데…"집값 오르니 못 팔아" 집주인 돌변에 '멘붕' [돈앤톡]

입력 2026-01-08 06:30   수정 2026-01-08 07:02


서울 집값이 오르면서 계약금을 2배로 돌려주더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배액배상' 사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계약금을 넣고 중도금을 치르는 데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계약 종료까지 기간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배액배상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액배상은 계약을 해제할 때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을 매수인에게 2배로 돌려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현행 민법 제565조에 따라 시행합니다. 예컨대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받은 상황에서 매도인이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면 매수인에게 1억원을 주고 계약을 취소하는 식입니다.

배액배상이 늘어난 이유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때문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선 구청의 허가가 필요한 데 허가가 나오는 기간이 한 달가량 소요돼 그새 집값이 오르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동작구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계약서를 쓴 직장인 송모씨(45)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파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계약하려던 평형대가 최근 1억원 넘게 오르면서 신고가를 기록해서입니다. 계약할 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보냈는데 4000만원을 되돌려주겠다는 얘기도 함께했습니다. 송씨는 "얼른 중도금을 넣었으면 우리 집이 됐을 텐데 신고가가 나오니 집주인이 마음을 돌변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매도인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중도금 날짜를 최대한 미루기도 합니다. 계약금을 받고 중도금까지 받으면 배액배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도금을 잔금 전날까지 미뤄 집값이 크게 뛰면 그때라도 배액배상을 해주고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매수인들은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하지 못하도록 애초에 계약금을 높게 부르기도 합니다. 통상 계약금은 매매가격의 10%로 잡는데 일부러 20~30%를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추후에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빌미로 배액배상을 하게 됐을 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작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는 배액배상 사례가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 일부 단지에서는 배액배상하는 경우가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허가를 받는 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뛰어버리니 매도인 입장에선 집값이 더 올랐을 때 팔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배액배상 사례를 피하기 위해 아예 매도인이 계좌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섣불리 계좌를 줬다가 계약금을 덜컥 받아버리면 배액배상이라는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애초에 계좌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반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을 파는 집주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중해졌다"며 "집을 사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계좌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집주인 입장에서 본다면 몇 개월 만에 수억원씩 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팔기가 쉽겠나"라고 귀띔했습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를 통해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수자가 계약서에서 정한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일 이전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를 내면 계약 파기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계약서에 특약 사항을 어떻게 써넣느냐에 따라 계약 내용은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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