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지신탁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결정했다.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보증을 받아 1000억원어치 채권을 찍은 지 한 달여 만이다. 하나자산신탁(3000억원)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1600억원)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단기 차입 한도를 대폭 늘렸다.부동산신탁사들이 앞다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공사 지연·중단이 속출하고, 중소·중견 건설사 도산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자 부동산신탁사가 곳간을 털어 사업비를 대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신탁계정대(회사 고유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는 총 8조8355억원으로 2024년 말(7조7016억원)보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부실 사업장에 투자하는 일이 많다 보니 지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 대손비용으로 인식한 금액만 지난해 1~3분기 723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1870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유다.
하지만 호황기 때 남발한 이 약정이 업황 악화와 맞물려 신탁사 재무구조를 흔드는 요인이 됐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이 약정을 두고 대주단과 벌인 소송에서 세 차례 연속 패소해 대출 원리금과 연체 이자까지 모두 물어줘야 할 판이다. 그동안 투자자가 이 신탁사에 청구한 손해배상액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이 판결 이후 신탁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하반기에 당한 소송만 5건이다. 이전까지 제기된 5건을 합치면 책임준공 문제로 총 1180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됐다. 신탁사가 먼저 나서 부동산 PF 원리금을 대신 대주단에 돌려주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신탁사 입장에선 건물을 완공시켜 적정 가격에 분양해야 재무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신규 수주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책임준공 리스크까지 현실화했다”며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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