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3분기 누적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속출하자 은행들이 부실자산 정리 ‘총력전’에 나선 결과다. 부실자산을 털어내는데도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져 건전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이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특수·지방·인터넷은행 등 19개 은행이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10조1347억원(3분기 누적)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조5454억원)와 비교하면 18.6% 늘어났다. 은행권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3분기 누적 기준 1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추세면 지난해 연간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12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SC제일 한국씨티 iM뱅크)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4조454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3조5504억원) 대비 25.4% 늘어났다. 같은 기간 특수은행(산업 기업 농협 수협)과 지방은행(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도 각각 15.7%, 10.3% 증가했다.
은행들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은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상·매각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에 가깝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은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한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자산유동화전문회사에 넘기거나 장부상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부실채권을 상·매각으로 정리하는 속도보다 경기 둔화로 새로 발생하는 연체·부실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10월 기준으로는 2018년 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영 환경이 악화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실이 가속화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오른 0.84%로 치솟았다.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다.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도 지난해 폐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연일 강조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인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부실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수록 건전성 부담이 가중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놓는 대손충당금과 연체율 추이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김 의원은 “부실채권 상·매각 10조원 돌파는 서민 경제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위험 신호”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은행권도 상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황정환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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