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강유미의 유튜브 영상 '중년남미새'를 둘러싸고 풍자와 조롱의 경계를 놓고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상이 특정 집단을 희화화하고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 반면, 중고교 여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태를 드러낸 풍자라는 옹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강유미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중년남미새'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8일 기준 조회 수 146만 회를 넘겼고, 댓글은 1만6000개 이상 달렸다.
'남미새'는 남성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고 모든 판단의 기준을 남성에게 두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강유미는 해당 영상에서 외아들을 둔 중년의 워킹맘이자 '남미새'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상 속 강유미는 명품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 회사 사무실에 등장해 과장된 말투와 행동으로 직원들을 대한다. 남성 직원에게는 "왜 이렇게 춥게 입었냐", "아프면 서럽다"며 유난히 살뜰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노골적인 험담을 쏟아낸다.
출근길에 함께 회사에 들어온 남녀 직원을 두고도 "둘이 여기 앞에서 만나서 온 거 아닌 거 같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눈웃음 살살 치면서 남자들한테 일 미루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여성 직원만 문제 삼는다.
또 남편 이야기를 꺼내며 은근히 자신의 삶을 과시하거나,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언급하며 "다들 모델, 연예인, 아이돌 시키라고 한다"고 자랑한다. 이어 "요즘 여자애들 보통 아니다", "딸은 감정 기복 심하고 예민하지 않나" 등 성별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발언도 이어진다.

영상 공개 직후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해당 영상이 중년 여성 개인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내면화된 성차별과 여성 혐오를 풍자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온라인상에는 "영상 속 대사를 일상에서 수없이 들어봤다", "이 정도면 현실 고증"이라는 글이 이어졌다. "요즘 여학생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나는 아들에게 여자애들이 때리면 같이 때리라고 한다", "딸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 "나는 나쁜 시어머니 예약이다" 등의 발언이 실제 육아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맘카페와 커뮤니티에서는 "실제에서 본 적 없는 과장된 인물상", "남학생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간다", "남녀를 갈라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송인 이수지의 '대치맘' 영상이 특정 집단에 대한 조롱 논란을 불러왔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논쟁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중고교 여학생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부 여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학내에서 경험한 일을 구체적으로 적으며 "이 영상이 왜 불편한지 모르겠다. 현실은 더하다"고 주장했다.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자신이 딥페이크 피해자라고 밝히며 "학교 측은 사안을 덮으려 했고, 가해자는 출석 정지 처분만 받았다"며 "교사가 가해자와의 대면 사과를 시도하려 해 부모가 막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라며 "남학생들이 일베 관련 발언과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한다"며 "문제를 지적한 여학생이 오히려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계집'과 같은 말을 하며 낄낄 웃는다"며 "외모 평가와 몸 평가가 일상이고, 선생님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고 토로했다.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공학에 다니면 남혐이 생기지 않는 게 더 신기할 정도"라며 "급식 줄을 서다 욕설과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다"고 썼다.
이 같은 댓글은 수천 개의 공감을 받으며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댓글창이 신문고가 됐다", "이건 개인 경험을 넘어 사회 현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교사들 역시 댓글을 통해 학내 여성 혐오 언행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현직 교사들 역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고학년만 돼도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혐오 표현을 습득해 학교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도 반복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은 혐오 발언은 제재하기 어려워 지도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형식적인 예방 교육만으로는 청소년들의 젠더 인식과 공격성을 바꾸기 어렵다"며 "교육 내용과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 측도 "현행 교육 체계로는 학생들이 접하는 온라인 문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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