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배임죄 폐지와 관련한 ‘분리 입법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초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강조했던 ‘통합 처리’와 달리, 경제계 숙원인 경영 판단 원칙 조문을 먼저 도입하고 추가로 나머지 폐지 작업을 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입법 방향타를 정하는 것은 차기 원내 지도부의 권한인 만큼, 11일 선출될 원내대표의 선택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TF는 작년 9월 출범 당시 “상법상 배임죄 폐지에 이견이 없고, 형법상 배임죄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제계에선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다음 순서로 미루고, 상법상 배임죄를 없애면서 경영 판단 원칙을 형법상 배임죄에 반영하는 1단계 작업이 먼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2단계, 3단계로 나눠 폐지하진 않겠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서며 통합 처리 방안이 추진됐다. TF는 상법·형법 등 모든 배임죄를 폐지하고 30개 상당의 개별법에 대체 조문을 넣거나, 이를 포괄하는 하나의 특별법을 만드는 등의 통합 처리 방안을 우선 검토 대상에 올렸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 과정에서 녹여 처리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이 같은 흐름이 최근 다시 한번 뒤바뀐 배경으로는 대체 입법 작업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3300여개에 달하는 기존 배임죄 판례를 유형화하고, 법망을 피해 가는 범죄자가 없도록 법을 재정립하는 과정은 작업은 학계에서도 단기간에 처리하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정을 쪼개서 처리하면 부담은 그만큼 줄게 된다.
다만 분리 입법이 진행될 경우 2단계 작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배임죄 폐지의 취지가 경제계의 의사결정 위축을 막자는 데서 출발한 만큼, 1단계 입법으로 경영 판단 원칙이 도입되고 나면 추후의 대체입법 작업이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추진력이 약화한 상태에서 무리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판단은 새 원내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원내대표는 정당 입법 활동의 책임자 역할을 한다. 민주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다만 새 원내대표의 임기가 약 4개월로 짧고,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은 변수다. 여당 관계자는 “배임죄 폐지가 까다로운 작업인 만큼 다음 임기로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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