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뷰티의 ‘루즈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역시 글로벌 가격(미국 기준)은 55달러(약 7만9000원)지만 한국 가격은 5만9000원으로 2만원가량 싸다. 프라다 뷰티의 입문용 립스틱 ‘모노크롬 하이퍼 매트’도 마찬가지다. 한국 판매가는 6만원으로 50달러(약 7만6000원)인 미국과 50유로(약 8만4000원)인 유럽보다 저렴하다. 국내 가격이 7만9000원인 톰포드 뷰티의 ‘립 컬러 매트’ 제품의 글로벌 가격은 62달러(약 9만원)다.해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명품 화장품을 구매하면 훨씬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본사 지침에 따라 세계적으로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명품 브랜드에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은 환율·관세가 변동하면 제품 가격을 조정해 국가별 가격 차이를 줄인다. 올해도 연초에 에르메스, 롤렉스 등 브랜드들은 가방, 시계 등 잡화 가격을 5~7%가량 올려 환율 변동 폭을 맞췄다. 하지만 샤넬 뷰티와 디올 뷰티 등 화장품 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벌써 1년 가까이 가격을 동결하며 환율 변동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에르메스 립스틱, 구찌 파운데이션 등은 스몰 럭셔리를 대표하는 뷰티 상품으로 인기가 많았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명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어 명품에 새로 입문하는 20~30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서 젊은 층 소비자들이 대거 CJ올리브영 등에서 파는 인디 브랜드 화장품 등 가성비 제품으로 돌아섰다. LVMH 뷰티 등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임직원 할인에 나서 최대 70% 떨이 판매로 재고를 소화해야 했다.
명품 화장품은 통상 1년 전에 물량을 확정해 수입하는데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재고 관리 부담이 크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지만 쉽사리 가격 조정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말부터 환율 여파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구간에 직면했지만 코로나 이후 최대 불경기라고 할 정도로 럭셔리 화장품 수요가 꺾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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