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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로봇의 ‘GPT 모먼트’, 승자는 ‘데이터 공장’에서 결정된다

입력 2026-01-19 15:12   수정 2026-01-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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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로봇이 걷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계적인 움직임을 넘어 춤을 추고 무술을 연마하며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부자연스러웠던 로봇의 거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가 있다.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에 쓰이던 알고리즘이 고성능 GPU 연산력을 바탕으로 로봇의 모션 데이터에 이식된 것이다.

과거의 로봇은 ‘인식-판단-제어’가 파편화된 모듈형 구조였다. 보행 제어 역시 정교한 수학적 모델링에만 의존해 돌발 상황 대응에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최근의 로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병렬 연산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움직임을 스스로 학습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신경망 방식으로 진화했다. 로봇이 사전에 입력된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넘어, 비로소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보행을 넘어 설거지나 가구 문을 여는 등 섬세한 가사 노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드웨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병목은 데이터의 결핍이다. 텍스트나 이미지와 달리 로봇의 정밀한 행동 데이터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상적인 움직임은 어느 정도 학습되었으나, 다양한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특수 상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로봇 레이스의 승패는 양질의 모션 데이터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과거 테슬라가 주행 데이터를 독점해 자율주행 시장을 리드했던 전략과 같다. 현재 데이터 확보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가상 세계에서 학습하는 시뮬레이션, 로봇이 직접 부딪히는 현장 학습, 그리고 사람이 VR 기기로 로봇을 직접 조종하며 가르치는 원격 조종(Teleoperation)이다. 이 중 가장 고순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원격 조종 방식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의 질을 포기할 수 없는 테슬라와 같은 선두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주목할 점은 이 지점에서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 차원의 ‘로봇 모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표준 모델을 보급하며,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수천만 건의 에피소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자원에 의존하는 미국식 수직 계열화 모델에 비해 데이터 확산 속도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에는 국가 데이터 인프라를 믿고 100여 개가 넘는 로봇 스타트업이 난립하며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과거 전기차 시장의 전개 과정과 유사하다. 로봇의 두뇌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누가 승리하든 돈을 버는 근육분야의 강자들이 부각될 것이다. 특히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분야에서 산화 인텔리전트(Sanhua Intelligent, 002050 SZ)나 닝보 투오푸(Ningbo Tuopu, 601689 SH) 같은 업체들은 로봇 산업의 CATL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독보적인 양산 능력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로봇 제조사들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밸류체인의 상단을 점하고 있다. 전기차시대에 다양한 전기차 회사들의 경쟁이 있었으나, 결국 득을본건 배터리를 팔던 CATL 이었던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전문가들은 학습 데이터가 수억 개 수준에 도달하는 2~3년 내에 가정용 로봇이 본격 보급되는 로봇 특이점이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중국식 물량 공세에 맞서기보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특정 산업 현장이나 고난도 특수 케이스 위주의 정밀 데이터베이스를 전략적으로 선점해야 한다. 로봇 시대의 주도권은 더 이상 기계공학이 아닌, 누가 더 정교한 데이터 공장을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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