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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美·中경제 의존 낮춰야…CPTPP·에너지부터 협력을"

입력 2026-01-11 16:48   수정 2026-01-12 00: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한·일은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야 했다.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대만 갈등’을 두고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이토추종합연구소를 이끄는 다케다 아쓰시 사장(대표이사)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이 좌지우지하는 세계 경제에서 나머지 국가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영국, 호주 같은 미들파워 국가가 협력해 제3의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토추종합연구소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에 글로벌 경제·산업전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16일과 이달 8일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이토추상사에서 다케다 사장을 만났다.

▷미국은 지난해 관세로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줬습니다.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한 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습니다. 자유무역에서는 이익을 얻은 기업이 손해를 본 기업에 자국 내에서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 기본 방식입니다. 미국은 그 자유무역을 포기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관세 인하 대가로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합니다.

“투자는 기부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국도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잖아요. 투자하는 이상 반드시 이익을 얻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미국 시장이 유망하다는 건 틀림없습니다. 달러도 비교적 안정적이죠. 거기에 투자할 권리를 얻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올해 세계 경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무엇입니까.

“역시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입니다. 지난해 미·중이 관세 인상을 1년 유예한 건 분명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다시 협상하자는 의미입니다. 그때까지는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려고 하는 겁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봄에 중국에 가잖아요. 다음엔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에 가겠죠. 중간선거 전까지 물밑 협상이 이어질 겁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중간선거 직후 미·중 협상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중 대립의 향방에 따라 세계 경제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중이 나머지 국가를 지배하는 구도가 돼버리겠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중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면서 그 밖의 나라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제멋대로인 미·중 사이에서 계속 고통받을 수는 없습니다. 미들파워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일본과 한국, 영국, 호주 같은 국가죠. 제3의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무엇입니까.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하고 있잖아요. 특히 한·일은 경쟁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미·중에 가능한 한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건 한·일 공통 과제입니다. 마주하는 상대가 미·중이라는 마인드셋(사고)만으로도 협력은 진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한·일이 협력할 수 있을까요.

“에너지 조달부터 꼽을 수 있습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 활용과 관련해 양국 모두 해상운송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 테마에서도 양국이 같은 과제를 안고 있죠. 경제와 안보에서 사회와 문화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조선 협력을 강화하는 마스가(MASGA)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은 조선업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하죠. 일본도 조선에 1조엔을 투자합니다. 한·일이 미국에서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제대로 맞설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당장 기술 협력은 어려워도 공급망을 공유해 비용을 낮춘다든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 경제는 관세 영향 등으로 봄까지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세계 경제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효과로 봄 이후부터 회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에 따라 세계 경제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본이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올해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개인 소비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기업 설비투자 때 법인세를 깎아주는 정책을 시행해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재정은 사실 감세 여력이 없지만 공급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를 가속하지 않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없습니다.”

▷한국은 올해 법인세를 올렸습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은 확실히 높습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가 올리지 않는데 선두에 나서서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니까요.”

▷중·일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금지했습니다. 여행산업에 일시 타격이 있겠지만 한국과 대만, 미국 관광객이 늘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수산물 수입도 중국이 이미 오래전에 중단한 터라 그사이 일본은 다른 나라로 (수출)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그다지 곤란하지 않은 것이죠.”

▷중국이 결국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막았습니다.

“가장 우려한 일이지만 일본은 이미 대체 조달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 경제적 압박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이미 정해진 노선이죠. 한국, 호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중국이 민간용 수출은 규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를 배려한 겁니다.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당장 타격받는 쪽은 수입국이지만, 중국도 수출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잃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생각한 행동이 아닙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확장에 우려가 큽니다.

“명백히 인플레이션 정책이죠. 총수요 부족이 거의 해소된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수요를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사상 최대인 122조엔 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인입니다.”

▷일본 재정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0%를 넘는 상황에서 적자를 늘리는 정책은 당연히 재정 악화 우려를 키웁니다. 단기적으로는 세수 증가 덕분에 재정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몇 년 뒤 금리 인상분이 모두 국채 이자에 반영되면 문제가 본격화할 것입니다.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줄어도 금리는 계속 오르니까요.”
다케다 아쓰시 사장은
日 대표 통상 전문가…거시경제 이코노미스트
일본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 이토추상사의 싱크탱크인 이토추종합연구소를 이끌고 있다.1990년 오사카대 공학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하고 2022년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90년 일본 3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미즈호은행 종합연구소, 종합컨설팅부를 거쳐 2009년 이토추상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토추상사에서 거시경제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아 일본 국내외 경제 조사를 담당했다. 2023년 이토추종합연구소 사장에 임명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의 필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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