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컬렉션은 단순히 멋을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다. 이제 옷은 신체를 덮는 천이 아니라 몸 위에 세워진 하나의 구조물로 기능한다. 패널·볼륨·라인 등 그 모든 요소가 건축의 언어처럼 작동하며 형태 자체가 메시지가 됐다. 최근 하이엔드 하우스들은 패션을 ‘입는 예술’에서 더 나아가 공간과 신체가 교차하는 조형적 실험의 장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축적 질서와 인간의 유연함을 결합하며 패션이 어떻게 구조가 되고, 구조가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변모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조나단 앤더슨은 “옷은 인간의 외부 골격”이라고 했다. 생로랑의 CD 앤서니 바카렐로 역시 “선(線) 하나로 욕망의 구조를 만든다”라고 선언했다. 그들에게 옷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감정과 존재의 구조로 구조적 실루엣은 인간의 내면을 외부로 드러내는 건축적 자기 초상화다. 패션은 이제 단순히 몸을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몸 위에 하나의 생각과 구조를 세우는 행위가 되고 있다.
생로랑의 최근 가을·겨울(F/W) 컬렉션은 건축적 실루엣을 ‘미니멀리즘의 구조’ 형태로 풀어냈다.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라인과 구조감이 강조된 테일러링이 돋보였다. 넓고 수평으로 뻗은 어깨선은 마치 지붕이나 보(樑)처럼 견고한 안정감을 줬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하의와의 조합은 전체적인 균형과 흐름을 형성했다.허리선은 자연스럽게 들어가지만 과장되지 않은 실루엣 속에서 정제된 비례미가 강조됐다. 컬러 팔레트는 블랙과 차콜, 그리고 소묘처럼 부드러운 뉴트럴 톤으로 구성했다. 매트한 질감의 소재는 빛을 흡수하며 형태 그 자체가 시선을 끌도록 했다. 생로랑은 이번 시즌 꾸밈보다 형태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줬고 화려함 대신 절제를 택하며 다시 한번 패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샤넬은 유산과 혁신의 접점에서 건축적 실루엣을 통해 자신만의 미학을 표현했다. 그 구조적 형태는 전통적인 하우스 코드를 현대적 공간 속에서 새롭게 재배치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샤넬이 럭셔리 브랜드가 견고한 구조 안에서도 유연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허리는 잘록하게 조여지고, 하단부는 곡선 패널이나 벌룬형 볼륨으로 이어져 상하 균형이 계산된 조형적 실루엣을 완성했다. 부드러운 실크나 캐시미어 위에 두꺼운 울과 구조적 원단을 겹쳐 부드러움 속의 견고함을 표현했다. 옷은 움직이는 건축물이며, 착용자는 그 안에서 하나의 살아 있는 구조물이 된다. 이 컬렉션에서 아크리스는 건축의 질서와 인간의 움직임, 공간의 긴장과 패션의 유연함이 교차하며 조용하지만 강렬한 구조의 미학을 완성했다.

프라다는 나일론 블렌드를 통해 기능성과 조형성을 결합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움직임의 자유를 표현했다. 발렌시아가는 인체 곡선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탄성 원단으로 디지털 모델링에서 설계된 구조를 현실의 의상으로 옮겼다. 로에베는 천을 마치 종이처럼 다루는 감각으로 부피와 조형미의 대비를 강조하며 소재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소재의 물성은 곧 구조의 언어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러한 소재를 통해 감각의 언어를 세련되게 구축하며, 패브릭을 형태와 감정이 만나는 하나의 매개체로 완성했다.

럭셔리 패션에서 말하는 건축적 실루엣은 단순히 강한 어깨선이나 과장된 볼륨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각 브랜드가 자신만의 세계를 세우고, 옷을 통해 철학을 시각화하는 하나의 조형적 표현 방식이다. 건축적 구조의 실루엣은 오늘날 럭셔리 하우스들이 세상과 대화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그들은 형태로 철학을 말하고 재질로 감정을 표현하며 몸과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입는 예술(Wearable Architecture)’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박연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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