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화성에서 중소 규모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58)는 최근 노동조합에 생산량이 몰리는 달과 일감이 없는 달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재량 근로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원청회사 주문이 몰리는 달엔 주 52시간 규제에, 일감이 없는 달엔 인건비 부담에 발목을 잡히는 업종의 특성을 감안해 달라는 제안이었지만 노조는 “실질 임금 삭감과 노동 강도 강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투입해보기도 했지만 불량률이 문제였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공장 자동화가 답이지만 그래봤자 사람을 내보낼 수 없어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생산성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24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7.5달러로 116.5달러인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2021년만 해도 미국의 55.2%였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3% 증가하는 동안 미국은 37% 급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을 쫓아가지 못하지만 단위노동비용은 118.72달러로 OECD 8위였다. 일본은 100.46달러로 30위였다. 김 대표 같은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한국 근로자는 경쟁국 근로자보다 일은 덜 하고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비싼 셈이다.
경제 규모와 인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고도성장기에는 풍부한 노동력과 긴 근로시간으로 선진국보다 부진한 생산성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구가 매년 10만 명 감소하고, 주 52시간제 정착과 워라밸 중시 풍조로 근로시간까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지금까지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주 4.5일제를 도입해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노동생산성이 근무시간에 비례함을 나타낸다”며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바꾸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0%로 OECD 평균(50%)을 크게 밑돈다. OECD가 2021년 회원국의 기업 규모별 생산성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의 생산성은 20만8430달러로 20만달러를 넘었다.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5만1548달러와 10만4760달러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생산성도 제조업의 49.4%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2023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소기업 생산성을 두 배 향상하고, 국내총생산(GDP)의 서비스업 비중을 현재 60%에서 70%로 높여야 2040년 1인당 GDP 7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효/곽용희/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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