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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용 운동화 하나 사줘"…단골 '우르르' 몰릴 곳 봤더니

입력 2026-01-13 17:20   수정 2026-01-13 17:27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오설록’의 자사몰은 지난해 4분기 난데없이 트래픽이 급증했다.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유입되는 접속량이 1년 전보다 7배로 뛰어서다. AI를 통해 들어온 이용자가 상품을 구매한 비중도 8배로 늘었다.


AI가 알아서 상품을 비교·추천·구매해주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엔 검색 플랫폼의 상단에 오르는 ‘SEO(검색엔진 최적화)’가 최우선 목표였다면, 생성형 AI 시대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이른바 ‘AEO(AI 답변 엔진 최적화)’가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알고리즘 뚫어야 생존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자동차, 패션, 뷰티, 여행, 부동산 등 전 업종에서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주요 모델의 ‘AI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차박을 자주 하는 4인 가족을 위한 자동차를 추천해줘’라고 질문하면 AI가 ‘기아 PV5’ 등을 먼저 추천하도록 하는 식이다.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도 자사 화장품이 AI 추천 알고리즘에 잘 걸릴 수 있도록 연구에 나섰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OTA) 부킹홀딩스, 미국 대표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 등은 아예 챗GPT 내에 자사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별도 탭을 마련하는 등 오픈AI의 쇼핑 생태계 안에 ‘입점’했다.

이들의 전략 변화는 쇼핑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품을 구매하려면 구글, 네이버 등에서 일일이 상품을 검색해 비교해야 했다. 브랜드로선 검색창 상단 노출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엔 e커머스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에서 ‘의도’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예컨대 소비자는 “무릎에 부담 없고 출퇴근에도 신을 수 있는 운동화 하나 사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AI쇼핑 에이전트는 의도를 파악한 뒤 취향, 예산, 리뷰 등을 분석해 제품을 비교, 선별, 구매까지 해준다. AI가 소비자에게 어떤 상품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1차 게이트키퍼’가 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AI 답변에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에 따라 메가 브랜드들이 쇠락하거나, 중소 규모 브랜드들이 급부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커머스 패권 경쟁 치열
해외에선 이미 생성형 AI를 통한 쇼핑이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AI가 챗GPT 내에서 상품 비교부터 즉시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미국에서 선보인 이후, 구글·퍼플렉시티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AI를 통해 이뤄진 온라인 판매액은 142억달러(약 20조원)에 달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AI가 사상 최대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선 챗GPT 즉시 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용자가 AI와 대화해 추천받은 상품을 e커머스나 자사몰에서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생성형 AI를 통해 유입된 트래픽은 전년 동기보다 2700% 급증했다.

생성형 AI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존 플랫폼들의 패권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1위 e커머스인 아마존은 챗GPT, 퍼플렉시티 등 외부 AI가 자사 상품 데이터를 긁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이들 알고리즘에 올라타면 단기적으로는 트래픽과 구매가 늘어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광고 수익과 수수료 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검색 플랫폼 네이버도 올해 1분기 쇼핑 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자체 개발한 AI 쇼핑 에이전트를 선보인다. 풍부한 검색 데이터를 앞세워 상품 추천 정확도를 높여, 국내 e커머스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에이전틱 커머스

챗GPT,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품을 비교·추천·결제까지 해주는 새로운 온라인 쇼핑 패러다임. 여러 사이트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 기존 검색형 쇼핑을 대체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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