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전환이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면서 석탄 화력발전 자산이 단기간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최근까지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를 이어온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14일 IMF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영향(The Economic Implications of the Energy Transition in Asia-Pacific)’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전 세계 석탄 자본의 약 3분의 1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좌초자산은 정책 변화나 기술 발전 등으로 당초 예상한 수명만큼 가동되지 못하고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자산을 의미한다.
IMF는 재생에너지 비용 경쟁력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 세계 발전량 가운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78%에서 지난해 15%까지 확대됐다. 2023년 기준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10년 대비 90% 떨어졌고, 육상 풍력 발전 단가도 같은 기간 70% 낮아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석탄화력발전은 가장 먼저 퇴출당할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석탄은 탄소 함량이 높아 탈탄소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천연가스와 석유는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운송 부문 등에서 수요가 있어 저탄소 기술이 완전히 보급되기 전까지 ‘가교 연료(bridge fuels)’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IMF는 미래 기후변화 경로를 가정한 공통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석탄 수요 변화를 분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 상승 폭이 2.7도에 이르는 중도적 시나리오(SSP2-4.5)에서는 2050년 석탄 생산량이 2022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 상승을 1.8도 수준으로 억제하는 적극적 대응 시나리오(SSP2-2.6)에서는 석탄 생산이 81% 급감하고, 장기적으로는 완전 퇴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대규모 석탄 화력 설비가 좌초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IMF는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같은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 지역은 세계 석탄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호주(34%)와 인도네시아(19%)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다. 석탄 수입 비중도 높아 아태 지역은 세계 석탄 수입량의 약 76%를 차지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신서천화력발전소와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2021년,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2022년 가동을 시작했다. ‘마지막 석탄발전소’로 불리는 삼척블루파워도 지난해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이들 발전소에 투입된 투자비만 각각 4조~5조원에 달한다. 통상 석탄화력발전소의 설계 수명은 30년으로 잡히지만, 에너지 전환 정책이 빨라질수록 좌초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탈석탄 동맹(PPCA)’에 가입했다. PPC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2030년까지, 비회원국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가운데 40기를 2040년까지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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