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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광업계, 中 보조금 폐지에 기대감 '솔솔'

입력 2026-02-03 06:22   수정 2026-02-03 06:23

[한경ESG] ESG Now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 기업의 전 세계적 저가 공세를 뒷받침해온 핵심 동력 ‘수출 보조금’에 칼을 빼 들었다. 태양광과 배터리 등 주요 에너지 제품에 지급하던 수출세 환급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을 집어삼키던 중국 기업의 ‘가격 마법’이 줄어들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수출 보조금 축소의 영향력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태양광·배터리업계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회복하고 실적 악화의 늪을 탈출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中, 자국 산업 체질 개선·통상 압박 회피 위해 ‘강수’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4월 1일부터 태양광 패널, 셀, 웨이퍼 등 249개 태양광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세 환급을 전격 중단한다. 그동안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수출액의 9%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이를 공격적 단가 인하 원천으로 삼았다. 배터리 품목 역시 현재 9%인 환급률을 4월 6%로 낮추고 2027년 1월 1일부터는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파격적 조치를 단행한 배경에는 자국 내 ‘과잉 생산’과 ‘부실 좀비 기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동안 중국의 수출세 환급 제도는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금과 함께 중국 기업이 경쟁국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게 한 핵심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무차별적 지원은 자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과잉 수출을 이어왔고, CATL 등 일류 배터리업체나 롱지·JA솔라·트리나솔라 같은 상위 태양광업체의 수익성까지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잉 공급 및 글로벌 가격 급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 보조금 폐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이른바 ‘신(新) 3종 산업(New Three)’을 중심으로 한 과잉 공급이 글로벌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다는 서방의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과잉 생산을 ‘경제적 침공’으로 규정하고, 고율 관세 등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선제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글로벌 통상 마찰을 완화하고, 보조금 없이도 생존 가능한 상위 기업 위주로 산업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태양광업계에 중장기 ‘호재’

국내 태양광업계는 이번 조치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한화큐셀) 등 국내 업체들은 기술을 갖췄음에도 중국산의 압도적 저가 공세에 밀려 그동안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실제로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은 지난 3분기 겨우 흑자 달성에 성공했으나,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큼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중국 기업들이 9%의 환급금을 포기하면 제품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으며, 업계에서는 중국산과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격차가 기존 20~30%에서 10% 내외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단위 보조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0% 정도 차이라면 브랜드 신뢰도와 효율성을 앞세운 한국 제품이 유럽 등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태양광 진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태양광산업 부활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업계도 가격 인하 등 노력을 강화하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으로 밀려 들어오는 중국산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산업 부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 시행 전인 4월까지 약 3개월간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재고를 헐값에 쏟아내는 ‘막판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과 동남아시장에 중국산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1분기 중 추가적 물량 폭탄이 시장을 덮치면 국내 업체의 수익성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쏟아지는 물량 규모에 따라 올해 내내 국내업체를 괴롭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전 중국발 물량 폭탄이 한 번 더 시장을 덮치면 국내 업체들은 1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 시장 정상화의 과실을 따먹기도 전에 단기적인 덤핑 공세에 고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고비를 버텨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계산기 두드려보는 배터리업계

배터리업계에 미칠 영향은 태양광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계산이 까다롭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보급형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양산을 준비하는 시점과 맞물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간극이 줄어드는 것은 명백한 호재라는 분석이다. 보조금이 끊기면 당장 영업적자로 전환될 중국 중소 배터리업체만 수십 곳에 달하며, 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글로벌 배터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구체’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업계의 공급망이 압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건 변수다. 한국 기업들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규모의경제에 더해 생산보조금, 연구개발 보조금 등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 배터리업체의 제품 가격 차이는 여전하다. 배터리업계는 전구체 가격이 상승하면 양국의 가격경쟁력이 어떻게 조정될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취급하는 만큼 한국과의 경쟁을 의식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전구체 등이 중국 내 자국 기업에 공급될 때 지급되는 보조금 등을 높인다면, 수출 보조금 폐지에도 국내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공급받는 전구체 가격은 오르는데, 중국 기업이 자국에서 공급받는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만약 중국이 자국 기업과 한국 기업에 공급되는 전구체 가격을 다르게 조정하면 한국 배터리 기업은 중국의 수출 보조금 폐지에 따른 이점을 누리기도 전에 원가 부담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책 변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상훈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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