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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믿는 외국인…환손실 우려에 국채선물 5조원 매도

입력 2026-01-16 17:48   수정 2026-01-18 15:53


한·미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16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서며 1470원을 다시 돌파했다. 국내외 투자자가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를 흘려듣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최근 들어선 외국인 채권 투자자가 가격 하락과 환손실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환율을 재차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하루 만에 1470원 다시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3원90전 오른 1473원6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30전 오른 147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장중 한때 1475원20전까지 뛰기도 했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 구두 개입으로 올 들어 처음 하락한 환율(주간 거래 기준)이 하루 만에 다시 튀어 오른 것이다.

이날 환율이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선 외국인의 국채선물 투매가 요인으로 거론됐다. 외국인은 15일 2만7933계약(액면가 2조7933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257계약(257억원)을 팔았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동결될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앞으로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 시장을 빠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채 가격 하락과 환 손실 우려가 겹친 결과 국채 보유 물량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수익 실현 과정에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에 환손실을 보게 된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이날까지 국채선물을 순매도한 물량은 총 5만1000계약(액면가 5조1000억원)에 달했다. 국채 선물이 현물 매도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박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상무는 “한은이 ‘매파’(통화 긴축적) 행보를 보이는 데다 환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선물 포지션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매도자금을 정리하고 달러를 사면서 원화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외국인의 국채 투매는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이 대통령이 추경 편성을 지시한 건 아니다”고 빠르게 수습하고 나섰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이런 해명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초에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나중에 두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다.

금리와 환율 등 거시 경제 변수에 민감한 채권 투자자와 달리 주식 투자자는 매도와 매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올 들어 7일까지 3조367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8일부터 이날까지는 총 2조42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 국채 현물 매도 이어질까
시장에선 국내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화 가치의 과도한 절하를 초래한 쏠림현상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지만,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엔 구두 개입에 이어 실개입까지 단행했지만, 올 들어 환율은 재차 올랐다. ‘환율 상승→당국 개입→환율 하락→달러 가(假)수요 확대→환율 상승’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국내 개인투자자와 시장 참여자의 기대 심리를 꺾지 못한 영향이다.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이 같은 달러 매수·해외주식 투자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채권을 29억792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작년 동기 대비 366.8%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도 외환시장에서 국내 시장 참여자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남정민/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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