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와 정부 내에서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자국 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까지 나서 통상당국 압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한국 정부가 쿠팡을 사실상 파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한국 당국의 조치가 과도하며 ‘괴롭힘’에 가깝게 비칠 수 있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미 일정을 미친 뒤 지난 17일 귀국한 여 본부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만약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한국 기업이 이런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미국에 일으켰다면 미국도 당연히 그렇게 할 것 아니냐고 명확히 설명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미국 관계자들도 이해했다”고 밝혔다.
또 “특히 기업의 얘기만 듣다 보면 전체적으로 균형적인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방미를 통해 한국 정부의 정확한 정책 의도와 입장을 설명했고, 균형된 이해를 갖게 되신 분들도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앞서 16일 공개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도 쿠팡 사태를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같은 맥락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약 3370만명의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단순한 연락처를 넘어 아파트 출입 비밀번호까지 포함돼 있다”며 “미국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가정하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의회와 정부 내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해외 규제에 민감한 입장을 보여 왔으며, 미 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잇달아 문제 삼아 왔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미국 기업이 불공정하게 표적이 되거나 차별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미국 측 인식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주요 목적은 중소사업자 보호이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안 초안상 규제 대상 40개 플랫폼 중 32곳은 한국 기업이며, 나머지는 미국·EU·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