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단순한 인간의 모방을(emulate) 넘어 실제 삶을 개선하는 동반자가 됐는지 확인하러 왔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6’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옮긴 그의 걸음은 미국의 스타트업 AGIGA 부스 앞에 멈췄다. 이 회사가 전시한 에코비전(EchoVision)은 저시력자용 스마트안경. 110도 광각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AI가 사용자의 음성명령에 따라 길을 안내한다. 스티비 원더를 비롯한 시각장애인 수천 명의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올해 CES 2026의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AI’였다. 그간의 행사가 AI 자체를 주목했다면, 올해 행사는 장애와 고령화, 자원고갈 등 인류의 난제에 얼마나 가까이 접목했는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디지털 공간을 벗어난 AI가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는 CES 2026 주제 ‘혁신가들의 등장’을 관통했다.
그동안 구석에 배치됐던 장애인 보조 기술 부스가 이번에는 메인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안으로 들어온 게 본보기다. 루마니아 스타트업 닷루멘(.lumen) 부스는 안내견 없이 AI의 안내만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시연을 참관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미국 기업 햅웨어(HapWare)의 ‘ALEYE’는 상대방의 미소와 찡그림 등 비언어적 신호를 포착해 시각장애인에게 진동으로 전달했다.
AI, 로보틱스와 함께 올해 ‘빅3’가 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주목을 받았다. 다쏘시스템이 선보인 알츠하이머 환자용 버추얼 트윈은 환자의 뇌를 가상세계에 복제하고 AI가 병의 진행 과정을 예측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엠알은 글로벌 에이지테크(고령인구를 위한 첨단기술) 시장이 2035년 2조1010억달러(약 3067조25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기술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일본 inQS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투명한 유리 창문을, 중국 에코플로우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력을 미리 충전하는 가정용 AI 솔루션을 각각 선보였다. 프랑스 스타트업 NEOIA는 매일 아침 맺힌 이슬로 태양광 패널을 자동으로 청소하는 로봇을 전시했다. 부스에서 만난 에릭 무어(48)는 “고향 텍사스 농장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두고 있는데, 매일 아침 청소가 골칫거리였다”며 “전원 버튼만 누르면 간단하게 작동된다는 설명에 바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 신기술을 선보인 한국 중소기업들은 올해 ‘CES 혁신상’을 휩쓸었다. AI 기반 이동형 자원순환 솔루션 ‘멀티드론’을 출품한 에이트테크가 그중 하나다. 공동주택이나 경기장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AI 비전으로 인식한 로봇이 현장에서 분리·선별하는 기술이다. 리플라는 미생물을 활용해 재생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로 상을 받았다.
안시욱 기자/라스베이거스=김인엽 특파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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