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 취임할 당시 세계 경제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취임 전부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로 “관세”를 꼽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즉각 26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보호무역주의적 경제정책을 쏟아냈다.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의 성적표는 어떨까. 세계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6%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6월 예상한 수치(2.4%)보다 0.2%포인트 높였다. 작년 6월 종전 전망치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던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는 다시 상향하면서 “세계 경제가 무역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도 예상보다 선방했다.

충격이 생각보다 작았던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TACO’(트럼프는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선다) 성향이다. 초고세율 관세는 한두 달 정도 위협 후 대부분 ‘거래’를 통해 내려갔다. 캐나다와 멕시코 대상의 25% 관세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해당 품목은 예외로 하기로 하면서 대상 범위를 크게 좁혔다.
미국 조세정책센터(TPC)가 추정하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현재 17%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 평균 관세율이 2~3%였던 것에 비하면 높아졌지만, 한때 대중 관세율 145% 등을 거론하던 데 비해 약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개격파 전략에 대응 관세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세계 경제가 안정기를 구가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충격이 지연되고 분산됐을 뿐 시차를 두고 ‘트럼피즘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기타 고피나트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 등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 22%에서 2024년 말 12%, 지난해 중반 8%까지 낮아졌다. 저가 상품이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은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고 있다. 고피나트 등은 지난해 9월까지 미국의 수입관세가 미국 내 생산자 및 소비자에게 전가된 비율이 94%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미국은 관세전쟁을 통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주요 동맹국에서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동맹들은 미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 파트너십이 “새로운 세계 질서에 잘 대비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대미 수출 비중(70%)을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은 중남미 국가 연합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태도’는 달러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린다 테사 미시간대 교수는 “시장은 단순한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넘어 미국 제도의 근본적인 실존적 위기를 (약해지는) 달러 가치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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