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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 믿어요' 개미들 1.5조 투자한 곳이…'놀라운 현실'

입력 2026-01-18 17:53   수정 2026-01-19 01:20


한·미 양국이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해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주식을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이 작년 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 개인투자자의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투자자들이 외환당국 경고 후 환율이 다시 오른 것을 경험하자 정부 측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美 재무장관 개입 후 미국 주식 매집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결제 기준)은 총 6억1100만달러(약 9015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9일(6억5100만달러) 후 최대 규모이자 올 들어 가장 큰 순매수 금액이다. 개미들은 하루 전날인 15일에도 미국 주식을 3억99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15~16일 이틀간 서학개미가 사들인 미국 주식이 10억1000만달러(약 1조4903억원)에 달했다. 자산운용사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국 주식 투자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예탁결제원이 공표하는 미국 주식 결제액은 실제 매매 시점보다 1~2일 늦게 반영된다. 상당수 미국 주식 거래가 14~15일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4일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 외환시장에 이례적으로 구두 개입한 시점이었다. 당시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6원대에서 1462원까지 급락했다.


당시엔 미국 증시가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 등으로 일제히 하락하면서 서학개미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대량 매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의 구두 개입 직후인 15일 원·달러 환율은 낮 12시께 1470원대로 올라섰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도 이날 출입 기자들과 만나 “국내 투자자들이 환율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당국 개입 경험 후 달라진 서학개미
이런 흐름은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 당시 개인투자자가 움츠러들었던 패턴과 다르다. 작년 12월 24일 외환당국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33원 급락한 1449원80전에 마감했지만, 개인투자자는 주식 매집에 나서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정부 측 경고 메시지 후 이틀간 미국 주식을 1억달러 이상 순매도했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외환당국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선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15일 국채선물을 2조793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15일까지 누적 순매도액(5조1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이날 집중됐다.

일각에선 국내 투자자가 환 리스크에 노출된 달러 자산을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보유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환 노출 달러 자산은 외환시장 거래량의 25배로, 조사 대상 20개 통화 중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분모인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국민연금 등 상당수 투자자가 환 헤지를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광식/정영효/김익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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