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해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주식을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이 작년 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 개인투자자의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투자자들이 외환당국 경고 후 환율이 다시 오른 것을 경험하자 정부 측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이 공표하는 미국 주식 결제액은 실제 매매 시점보다 1~2일 늦게 반영된다. 상당수 미국 주식 거래가 14~15일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4일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 외환시장에 이례적으로 구두 개입한 시점이었다. 당시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6원대에서 1462원까지 급락했다.

당시엔 미국 증시가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 등으로 일제히 하락하면서 서학개미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대량 매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의 구두 개입 직후인 15일 원·달러 환율은 낮 12시께 1470원대로 올라섰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도 이날 출입 기자들과 만나 “국내 투자자들이 환율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외환당국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선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15일 국채선물을 2조793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15일까지 누적 순매도액(5조1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이날 집중됐다.
일각에선 국내 투자자가 환 리스크에 노출된 달러 자산을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보유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환 노출 달러 자산은 외환시장 거래량의 25배로, 조사 대상 20개 통화 중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분모인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국민연금 등 상당수 투자자가 환 헤지를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광식/정영효/김익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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