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선박용 프로펠러를 제조하는 신라금속은 조선 기자재 회사가 몰려있는 부산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도 바쁜 회사로 꼽힌다. 기자가 신라금속 공장을 방문한 지난 9일. 직원 다섯 명은 지름 11m, 높이 2m의 프로펠러 주조 틀(거푸집)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1000도가 넘는 쇳물을 거푸집 안에서 굳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공장에 있는 조형장 다섯 곳 중 멈춘 곳은 없었다.
옆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숙련공들이 직경 11m 짜리 프로펠러 5개를 각자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있었다. 완제품 창고엔 함정용 프로펠러인 CCP 프로펠러와 LNG 운반선에 장착될 30m 길이 샤프트가 운반을 앞두고 있었다. 신라금속은 현대중공업, 일본 나카시마 등과 함께 대형 프로펠러를 제작할 수 있는 세계 4개 기업 중 하나다. 이영훈 신라금속 생산이사(공장장)는 “조선업 초호황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더 위대하게) 일감까지 몰려 주말 특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 프로젝트의 낙수효과가 부산·창원·울산 일대 조선 기자재 업계로 흐르고 있다. 이미 2년치 일감을 쌓아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 정책에도 조선 기자재 업체를 찾지 못하자 한국 중소기업에 구원요청을 보내고 있어서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 역시 한국 40여 개 기자재 업체에서 부품을 수입해 쓰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제조사인 삼우엠씨피도 마스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한화오션이 주력으로 채택한 프랑스 GTT사의 LNG 화물창 모델 NO96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협력사다. 이 회사는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를 견뎌야 하는 LNG 화물창의 1·2차 방벽을 연결하는 41개에 달하는 정밀 피팅 부품 등을 제작해 공급한다.
삼우엠씨피 관계자는 “미국이 조선업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기자재는 미국 인건비로 볼 때 자체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공급망 없이는 미국의 배도 뜰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마스가 프로젝트 이전부터 조선업 호황으로 일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동성화인텍과 함께 LNG 운반선 보냉재 시장을 양분한 한국카본은 2021년 매출 3678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에서 지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6769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벌어들이며 실적이 대폭 뛰었다. 동성화인텍도 같은 기간 매출이 3650억원에서 5668억원, 영업이익은 302억원에서 503억원으로 증가했다.

5년 전만 해도 이익을 내기 어려웠던 성광벤드나 태광 등 피팅(관이음쇠) 제조사, 데크하우스 제조사인 세진중공업, 선박용 크레인 제조사인 오리엔탈정공 등도 매출은 두 배로,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어섰다. 한국카본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가 단순한 물량 증가였다면, 이번 사이클은 미국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동반된 것”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기자재 업체들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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