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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다"더니 돌변한 美…삼성전자·SK하이닉스 '쇼크'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6-01-19 08:06   수정 2026-01-19 10:21


"전(前) TSMC 회장이 개인 돈으로 메모리반도체 기업 주식을 샀다."

지난주 후반 반도체업계에서 화제가 된 소식이다. 마크 리우(류더인) TSMC 전 회장이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주식을 지난 13~14일 매수한 사실이 공시됐기 때문이다. 매수액은 약 782만달러(약 115억원). 주당 매수 단가는 336~337달러 수준이다.
마이크론 이사회 합류한 TSMC 전 회장
리우 전 TSMC 회장은 대만 반도체 산업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국립 대만대를 거쳐 미국 명문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전기공학·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인텔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벨 연구소를 거쳐 TSMC에 1993년 합류했다. 약 30년간 TSMC에 일하며 회사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자리에 올려놓고 2024년 6월 C.C.웨이(웨이저자)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리우 전 회장은 TSMC 은퇴 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을 차리고 스타트업 투자가로 변신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마이크론 이사회에 전격 합류했다. 당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크의 기술 지식과 TSMC 경영 경험은 마이크론이 데이터센터에서 엣지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성장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AI용 메모리반도체로 내년 시장이 열리는 7세대 HBM(HBM4E)부턴 TSMC와 마이크론의 HBM 로직다이 협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리우 전 회장 영입은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된다.
100억원 규모 주식 매수로 메모리 산업 성장 베팅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가 회사 주식을 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외이사는 회사 정보를 잘 아는 '내부자'이기 때문에 주식 매수를 공시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도 주식 매수를 통해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가 매달 주식을 매수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리우 전 회장의 주식 매수가 화제가 된 건 TSMC 출신이란 그의 경력과 마이크론의 높은 주가 상승률 때문이다. 마이크론 현재 주가는 362.75달러, 연초 이후 15.01%, 최근 1년 231.64% 오른 상태다. 관점에 따라 리우 전 회장의 투자에 대해 고가 주식 '추격 매수'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리우 전 회장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로, 마이크론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이사회 구성원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그의 최근 매수에 대해 "AI 시대 메모리 산업의 고성장에 대한 강한 확신"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메모리는 필요 없다"던 美 정부, 2년 만에 투자 압박
공교롭게도 그의 매수 시점은 17일 마이크론의 뉴욕주 신규 메모리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2~3일 앞두고 이뤄졌다. 마이크론은 향후 20년간 4개의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뉴욕주에 짓는데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젠슨 황, 리사 수 등 미국 반도체 기업 CEO와 팀 쿡, 마크 저커버그, 사티아 나델라 등 빅테크 CEO들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마이크론을 응원했다.


이날 착공식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현지 공장 건설을 시작한 마이크론엔 반가운 발언이지만, 미국엔 생산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마이크론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쇼크' 수준의 압박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인건비가 비싸고 메모리반도체 생산 생태계가 없는 미국 본토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에 대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란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이 뉴욕주 공장 건설을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에야 착공에 들어간 게 대표적인 사례다.

2~3년 전까진 미국 정부도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다. TSMC의 대만 AI 반도체 생산시설을 미국 본토로 갖고 오는 걸 최우선으로 뒀기 때문이다. 2023~2024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했던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 일부를 메모리반도체용으로 돌리고 싶다는 뜻을 타진했을 때, 미국 정부는 손사래를 쳤다.
전략물자 메모리...시름 깊어지는 한국 기업
상황이 바뀐 건 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위상이 AI 가속기 뺨치는 '전략물자'로 올라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력 수급, TSMC의 최첨단패키징과 함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가 AI 산업의 대표적인 병목으로 지목될 정도다.

러트닉 장관이 최근 발언 이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1~2년 물 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반도체·최첨단패키징의 미국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국내에선 용인에 짓기로 한 메모리 반도체의 공장의 비수도권 이전 요구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 슈퍼 파워 미국의 '막가파식 압박'까지 겹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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