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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앞으로 다가온 AI 기본법 시행…업계선 "시기 상조" 지적

입력 2026-01-19 14:17   수정 2026-01-19 14:20



인공지능(AI) 기본법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의료·에너지·교통 등 고영향AI로 분류되면 안전성 확보 의무가 부과되는 등 산업 생태계 조성 이전에 규제 체계부터 가동돼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22일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명 ‘AI 기본법’이 시행된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AI 규제법을 전면 시행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규제 법안을 먼저 마련한 유럽연합(EU)이 전면 시행 시기를 2027년 말로 연기하면서다.

AI 기본법이 시행되면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고영향AI로 분류된 분야다. 법안에 따르면 의료·에너지·교통 등 국민 생명과 재산,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고영향AI로 분류하고 해당 서비스 사업자는 위험관리, 설명가능성, 이용자 보호 등 안전성 확보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영역이 차세대 AI가 가장 빠르게 혁신을 만들어낼 분야라는 점이다. 의료 진단부터 자율주행, 에너지 효율화 등 기술 파급력이 큰 분야일수록 개발 단계에서 규제 대응과 검증 절차가 함께 요구되면서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의료나 자율주행 등은 규제 해석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분야인데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내년까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시행 후에는 서로 해석하기 나름이라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AI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고영향 AI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초기 상용화보다 해외 시장 진출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상 적용과 검증 절차가 겹치는 의료 분야 특성상 규제 해석에 따라 비즈니스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먼저 규제 대응을 하느니 해외에서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뒤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역진출’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 진입이 마지막 단계가 되는 역설적인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AI 결과물의 워터마크 표시가 의무화되면서 콘텐츠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제품 메시지와 무관한 배경이나 소품 정도만 AI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까지 표시 대상이 되면 전체 콘텐츠가 합성물로 보일 수 있다”며 “작업 효율 향상을 위해 쓰던 도구를 전부 실촬영으로 바꾸라는 뜻이면 제작비와 시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들이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행 시점이 너무 이르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AI 스타트업 10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8%는 AI 기본법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AI 기본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기업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해외 기업 대상으로 전년도 글로벌 매출 1조원 이상 또는 국내 AI 서비스 매출 100억원 이상, 국내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 중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하는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건 오픈AI와 구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리인을 통한 간접 규제가 중심이 되면 국내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사실조사, 표시 의무 등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딥페이크나 허위 정보 등 해외 서비스 기반으로 발생하는 위험은 정작 규제하지 못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를 의식해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과태료 부과나 제재를 즉시 적용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산업 진흥을 저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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